교황, 유가족에 ‘프란치스코’ 이름으로 직접 세례

“아들 잃은 아버지에 교황마저 등을 돌릴 수 없었다”

6㎏짜리 나무 십자가를 메고 안산을 출발해 진도를 거쳐 대전으로 이어지는 도보 순례를 떠났던 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직접 세례를 받았다. 이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는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

이 씨는 17일 오전 7시 서울 궁정동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교황은 세례의식에서 직접 이 씨의 이마에 성수를 부었고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를 세례명으로 정해줬다. 

ⓒ 이호진 씨 페이스북
ⓒ 이호진 씨 페이스북

<한겨레>에 따르면 교황은 이 씨에게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요청한 용기에 감복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2천 년 카톨릭 역사상 교황이 평신도에게 세례를 주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교황마저 등을 돌리면 큰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교황은 “혹시라도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세례를 하지 못할까봐 수행원들에게 직접 아버지 연락처를 챙기고 일정을 조율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교황이 세례주는 것은 교황이 영적으로,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세례는 이 씨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

ⓒ 이호진씨
ⓒ 이호진씨

이 씨는 교황에게 “2천 리 180만 보를 한발 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디뎠다. 교리를 배우지 않았지만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라고 질의하자 교황이 다른 사제들과 잠시 논의하더니 “자격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고 싶다고 청했고 교황은 흔쾌히 응했다.

또한 이 씨가 도보 순례 당시 들고 걸었던 길이 130cm, 무게 6kg의 나무 십자가는 교황에게 전해져 바티칸으로 가져갈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씨에 대한 교황의 세례 소식에 네티즌들도 “사랑이 무엇인지 교황님을 통해 깨닫습니다”(@bar****),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세례. 세월호 유족들에겐 얼마만한 위로가 되었을 것인가. 교황께서 우리 모두에게 감동의 세례를 주고 가시는군요”(@bul****), “2천리 180만보를 한발 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디딘 노고에 교황께서 주신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선물!”(@for****),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빌며 국민모두 바라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겠습니다”(@Cor****)라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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