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김무성, 박근혜-친박 레임덕 시작”

靑 “고위직 문책 안 돼” vs 金 “문책 해야”

이미지출처=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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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구타에 의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을 축소·은폐해 왔다.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최초 사실을 알게 된 때와 시간이 가면서 밝혀지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병사들이 은폐하기 위해 말했던 내용을 그대로 발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윤 일병 사건, 예기치 않은 당청 신경전 촉발

말도 안 된다. 사망 당시 윤 일병의 몸은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신이 멍 투성이였다. 육안으로도 누적된 집단 폭행에 의한 사망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군은 가해 선임병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냉동식품을 먹다 벌어진 우발적 폭행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가해 병사들의 해명을 그대로 믿었다는 육군참모총장의 변명이 사건 못지않게 끔찍하다.

군의 조직적 은폐와 세월호 참사에 묻혀 사건 발생 4개월이 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윤 일병 살해사건’은 지난 달 31일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에 의해 진상이 밝혀졌다. 기사화되자마자 국민적 공분이 일며 군을 비난하는 여론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일도 발생했다. 여당대표와 청와대 간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7.30재보선 완승으로 당권 장악력이 높아진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한 한방을 날렸다. 꽤 센 펀치였다.

한방 날린 김무성, 당황한 청와대

윤 일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하게 반응했다. 타이밍을 잘 잡아 연출효과도 괜찮았다. 지난 3일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이날 ‘긴급회의’에 최고위원들만 출석한 게 아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불려 나왔다.

이미지출처=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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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는 국방부장관 면전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목청을 높였다. 한 장관을 향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장관은 자식도 없는가”라며 “4월 7일 발생한 살인사건인데 왜 이런 일을 쉬쉬하고 덮으려 하느냐”고 질타했다.

이 장면은 여당 대표가 국민을 대신해 문제 많은 군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몇몇 정황을 함께 짚어보면 정치적 포석에 의해 연출된 기획물이라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당 대표에게 불려가 봉변 당한 국방부장관

책상 치며 장관을 나무랐다는 건 ‘오버액션’이다. 정작 혼날 사람은 한 장관이 아니라 전 국방부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라는 걸 김 대표가 모를 리 없다. 한 장관은 지난 6월 1일 장관에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거쳐 6월말 취임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국방부장관은 김관진 실장이었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한 장관을 나무라며 “문책 범위가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호통을 쳤다. 듣기에 따라 사단장과 육군참모총장뿐 아니라 국방부장관도 사퇴하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전임 시절 일어난 일도 현직 장관이 일정 부분 책임지는 게 도리이긴 하다. 하지만 전임 때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현직 장관이 여당 대표에게 불려가 이렇게 봉변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

여당 대표에게 불려가 봉변당한 한 장관은 다음 날도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보다 더 강하게 한 장관을 꾸짖었다. 전날 오후에 있었던 김무성 대표의 ‘오버액션’이 여당 의원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靑 “고위직 문책 안 돼” VS 金 “문책 해야”

한 장관의 인사권자는 박 대통령이다. 인사권자도 가만히 있는데 여당 대표가 장관을 불러 호통을 치는 게 청와대 눈에 거슬렸나 보다. 4일 오후 청와대가 반응을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육군 고위직 인사까지 문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진상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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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로부터 시작된 ‘군 최고위층 문책론’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가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며 ‘고위직 문책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분위기는 김 대표 쪽으로 가 있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권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도 이미 청와대의 ‘오더’를 받은 국방부장관이 이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권 총장은 사퇴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는 일단 “사퇴 의사 없다”고 대답했다.

여당 대표의 호통 때문일까. 4일 저녁 6시30분 한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휘 책임을 물어 28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고위직’ 한명이 물러난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을 어떻게 처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청 관계 변화, 힘세진 김무성은 박근혜 레임덕

어쨌든 당청 관계에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무조건 청와대 편들며 방패 역할을 자임하던 여당이 청와대의 ‘오더’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고 그대로 밀어붙이려 한다. 청와대는 ‘힘세진 여당 대표’의 위세에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확인 된 게 있다. 여당 대표가 청와대를 누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힘세진 여당 대표와 상대적으로 힘 빠진 청와대. 김무성호 출범과 7.30재보선 승리로 인해 그간 유지돼 오던 청와대와 여당의 상하관계가 이미 깨졌음을 여실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

향후 당청 관계가 복잡한 갈등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권 야망이 있는 김 대표가 자신의 입지와 차기 구도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을 견제하려들 테니 말이다. 친박 진영의 붕괴도 멀지 않았다. 힘세진 김무성, 다시 말하면 박근혜 레임덕의 시작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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