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자 보수진영에서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26일 <YTN>에 출연해 정 총리 유임에 대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이런 세월호 이후에 국가개혁 의지가 지금 정홍원 총리 체제로 가능할 것인가”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 안대희 전 대법관이 그만둔 다음 말한 것이 개혁을 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총리였다”며 “그런데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카테고리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다른 이유 때문에 낙마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 정부가 개혁을 이제는 거의 할 수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개혁이라는 것은 집권 초기에 해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 이미 상당히 흔히 말하는 레임덕 같은 현상이 확실하게 왔지 않았나”라고 진단한 뒤 “총리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이 집권 후반기를 추스르려면 무언가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경고했다.

▲ ⓒ 청와대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우려에는 보수언론들도 가세했다.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일제히 27일 사설을 통해 한 목소리로 “레임덕에 빠진 정권 말기를 보는 듯”, “절제와 판단력을 상실” 등의 적나라한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 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민심은 레임덕에 빠진 정권 말기를 보는 듯하다”며 현상황을 ‘레임덕’으로 규정한 뒤 “총리 하나 뽑지 못하는 무기력 무소신 무책임의 ‘3무(無) 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정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대통령의 국가 개조 약속은 시작부터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며 “적폐 청산이나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도 모두 허사(虛事)가 되고, 결국엔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사 주필 출신이 총리에서 낙마한 후 박 대통령과 날선 대립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흔들리는 대통령 … 국정의 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대통령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을 할 만큼 급한 사정이 있는지, 그런 사정이 다른 분야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그런 사정이 없다면 대통령은 무슨 심리로 이렇게 결정했는지, ‘식물총리’였다가 유임된 총리가 국정의 동력을 살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의 정 총리 유임을 맹비난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정홍원 총리 유임은 박근혜 레임덕의 시작이다. 힘이 빠지기 시작한 그녀에게 여권에서도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특히 그녀를 지탱해주던 지지율은 30% 이하로 추락할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치가 빠져나간 진짜 지지율이 나올 것이다”(@zar****), “조선:결국엔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분들도 이 땅에 살고 있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거든요. 그치? 니들도 불안하지?”(@mbc****), “대통령은 커녕 시골마을 이장 노릇하기도 힘든 사람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직을 강탈한 참담한 결과”(@seo****)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