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제보 전화를 경찰이 받아왔음에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동안 제보자와의 통화를 부인해 왔기 때문에 일각에서 ‘조직적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경찰청은 “순천경찰서가 시민의 제보전화를 받고도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감찰에 착수한 결과, 경찰관 3명과 수사과 경찰관 1명이 각각 제보자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앞서 순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TV에서 ‘검찰이 유씨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놓쳤다’ 는 뉴스를 보고 5월 26일과 28일 순천서 정보과와 인천지검에 전화를 걸어 비밀공간의 존재 가능성을 알려줬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순천서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 ⓒ 'SBS'

그러나 이 시민이 ‘114 이용 사실증명원’을 발급받은 결과 검찰이 송치재 별장을 급습한 다음 날인 5월 26일과 28일 순천경찰서 정보과에 전화한 사실이 확인됐고, 순천서는 뒤늦게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은 순천서의 통화내역 조회에서 이 시민과의 기록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 “직접 외부에서 전화를 하고 통화내용을 조회해 보니 컴퓨터 오류 때문인지 모든 통화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지난번 통화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민의 제보전화에 경찰이 귀를 기울였다면 유병언의 검거 등에 결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찰이 통화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한 점에 대해서도 ‘조직적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무시한 것은 허위제보가 많으니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거짓말 한 건 굉장히 나쁘네요”(루*), “묵살이 아니고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겠지”(jljm***), “무조건 오리발~ 증거 밀면 이 핑계 저 핑계”(나**), “한 두명이 아니고 4명이 묵살했다는 건 상부지시하에 묵살했다는 거 외엔 설명이 안되네”(Al**), “잡으려고 하지 않는데 눈치도 없이 신고한건가?”(향*), “일부러 안 잡으려고 하기 전에야 경찰관 4명이 그냥 묵살 할 수 있나?”(north****) 등의 반응들을 보였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은 현재 순천서 직원들이 제보한 시민과 전화상으로 어떤 내용을 주고 받았는지, 무슨 이유로 제보를 묵살했는 지 등을 밝히기 위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