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국정원, 세월호 지적사항 100가지.. 보안측정도 비정상적”
세월호 참사 102일째에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26일 저녁 7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유가족과 동조단식단이 단식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서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촛불’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해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3일 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은 “어떤 이들은 이제 100일이 지났으니 그만 잊으라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인사하며 들어오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무릎에 대고 조잘대며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100일이 아니라 1000일이 지나도 우리는 잊을 수 없고, 더 이상 4·16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 여러분이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그 날까지 함께해 달라”며 “이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는 계속된다. 이번 여름에는 광화문으로 여름휴가를 와 달라”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선 전날 유가족들이 발표한 세월호 노트북 복원 결과에서 세월호 ‘증개축’과 ‘선박관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문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국정원과 유병언’, ‘세월호와 국정원’과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박주민 변호사는 “어제(25일) 세월호 선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업무용 노트북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가 진행됐다. 복원된 노트북에는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한글 파일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열어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변호사는 “문서에는 ‘화장실 실리콘 처리’, ‘CCTV나 TV가 부족하니 더 설치하라는 것’, ‘냉장고 팬 불량’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는 마치 배의 소유주가 공사가 끝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런 지적사항이 100가지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서에는) 직원들 휴가계획과 수당 지급계획 등도 있었다. 보통 직접고용과 파견고용을 구분할 때 업무지시를 했는지 안했는지 판단하는데 이런 지시를 국정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검찰이 유병언을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지목한 이유는 그가 세월호 증개축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있다는 논리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국정원도 세월호 증개축의 결과를 체크한 정황이 발견됐고,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생긴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유병언과 국정원은 무슨 관계냐. 동업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전날 가족대책위의 발표가 있은 후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에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 3월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보안측정을 한 것 뿐’이라는 밝혔다. ‘보안측정’은 전쟁이나 테러 등 비상사태 시 대형 선박과 항공기를 적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한 국가보호 장비로 지정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조사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이러한 국정원의 해명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정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보안측정을 3월 18일~3월 20일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그 보다 한 달 전인 2월 27일 작성됐다. 근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보안업무 규정에 따른 보안측정이라면 전쟁 발생을 대비해 (선박이) 파괴가 될 것인지 비밀이 누설될 것인지를 체크해한다”며 “그러면 오히려 증개축이 복원력을 훼손시켰는지를 봐야했는데 그런 건 하나도 안 하고 영업을 잘 되게 하기 위한 지적 사항들만 있었다. 이것을 정상적인 보안측정이라 볼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심지어 가족대책위가 이 내용을 오후 5시 언론에 자료를 배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대균이 체포됐다. 이후 종편 등 언론에서는 유대균 압송 과정을 마라톤 중계하듯 보도했다. 가족대책위가 발표한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과 유병언, 그리고 세월호의 관계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대선개입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처럼 국정원만 개입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것이 수사권, 기소권을 가진 특별법을 제정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는 8시 40분에 마무리 됐다. 당초 예정됐던 청와대로의 행진은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행진에 대비해 광화문 광장 일부를 병력을 배치했지만 별 다른 충돌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