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석인 주일 대사에 5공 출신 유흥수 새누리당 상임고문이 내정된 가운데 유 고문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김 비서실장이 인사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다.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 고문을 신임 주일대사로 임명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유 고문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경찰 관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 치안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정계에 진출한 뒤 1987년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전형적인 제5공화국 인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을 지역구로 12·14·15·16대 의원을 지낸 유 고문은 현재 새누리당 상임고문,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경향신문>에 “유 고문이 행정부 고위직을 거친 4선 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한·일친선협회 이사장, 국회 외통위원장 등을 거쳐 일본에 정통하고 외교감각을 갖췄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집단적 자위권 보유 등 한·일 관계가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주일 대사로 적절한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 고문이 과거 의정활동을 하면서 맺은 일본과의 인연이 현재 한·일 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그런 측면으로 볼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 MBC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유 고문이 경남 출신으로 경남중·고 동창회 부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 데다 김 실장과 서울대 법학과를 같은 해 졸업한 인연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유 고문이 2004년 총선 직전 당 쇄신 차원에서 압력을 받고 은퇴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른바 ‘보은 인사’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23일 오전 논평에서 “가뜩이나 냉랭하고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고 또 전향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의욕적으로 대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2기 내각의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기춘 실장이 주도하는 인사, 이런 오기인사 언제까지 할 것이냐”며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오기인사를 그만하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 역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는 박근혜의 형부 한승수가 앉으려 하고 주일대사 자리는 김기춘의 친구 유흥수가 임명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는 78세 입니다. 언론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 하지만 인사참사입니다!”(@emf****), “결국 70대 후반의 고령이 아니면 임명권자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jus****), “그렇게 사람이 없나. 너무한 거아니냐. 5공 비서관에 77세. 김기춘 보다 형이야”(@hil****), “고령화시대에 고령자들 직업창출에는 아주 열심인 정부다. 은퇴해서 손주 재롱이나 볼 나이 사람들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면 젊은이들은 뭐 하라는 거냐?”(@pin****)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