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박지만-정윤회가 인사 좌지우지?
공직자로서의 자질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인물이 총리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고 낙마 사태로 이어진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사 참극이다.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인물이 내정되니 ‘대체 누가 천거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대체 누가 천거했나” ‘7인회’인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을 돕는 원로모임인 ‘7인회’ 멤버라는 사실 때문에 ‘7인회’가 인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하지만 ‘7인회’ 멤버들은 자신들이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다며 손사래 친다.
낙마한 문창극 총리 내정자와 ‘7인회’ 멤버인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서울고 동문인 점을 들어 문 내정자를 추천한 곳이 ‘7인회’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우리가 (추천을) 한다고 되는 것 아니다”라며 적극 부인한다.
또 다른 ‘7인회’ 멤버인 김용갑 전 의원 또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우리 일은 끝났다”며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도 ‘누가 좋더라’ 소리를 안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일절 관여해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7인회’ 핵심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인사위원장인 만큼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수차례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것을 보면 그가 낙마 사태에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해 진다.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 따로 있다”
‘7인회’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추천한 걸까.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인회는 아무 역할도 안 한다.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과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단다. 공적인 추천·검증 절차를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비선라인이 있다는 얘기다. 대체 그들이 누굴까.
김영삼 정권은 ‘소통령’으로 불렸던 둘째 아들 김현철을 중심으로 한 사조직을, 전두환은 ‘하나회’라는 군대 내 친위세력을, 이명박 정권은 친형 이상득과 그의 보좌관 박영준 등이 핵심인 ‘영포회’라는 비선조직을 두었다.
박 대통령이 가동하는 비선조직은 어떤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이 ‘비선조직’에 대해 언급했다. “비선 라인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과 정치권에서 갖고 있다”며 “문창극 전 총리내정자 추천은 청와대 비선 라인인 ‘만만회’에서 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만-박지만-정윤회’의 ‘만만회’가 인사 좌지우지?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그리고 박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정윤회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세 사람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모으면 ‘만만회’가 된다.
이재만 비서관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때(1998년)부터 줄곧 자리를 지켜온 인물로 ‘문고리 권력’의 핵심이다. 이들은 모두 정윤회씨 밑에서 일했다. 이재만 비서관과 정윤회씨는 부하와 상사관계였으며 정씨가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을 떠난 뒤에도 친분관계가 유지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과 ‘미스터리 관계’였던 고 최태민의 사위로 최씨의 다섯째 부인의 딸이 그의 처인 최순실이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종적을 감췄던 정씨는 해체된 한국문화재단 등을 거점으로 해 ‘신사동팀(강남팀)’이라는 비선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설도 있다.
“정윤회가 청와대 인사 만난 뒤 감사원장 후보 교체”
최근에는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미국 교포 언론인 ‘선데이저널’은 국내 유력 정치인을 말을 인용해 “정윤회씨가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 기간 중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청와대 내 몇몇 인사들을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정씨와 청와대 인사들의 회동이 있는 직후 박 대통령이 ‘김희욱 동국대 총장과 성낙인 서울대 교수’를 감사원장 후보로 낙점했던 것을 뒤집어 황찬현 대법관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정씨가 감사원장 인선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회씨는 이재만 총무수석과의 친분관계를, 이재만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집사’라는 위치를, 박지만씨는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점을 활용해 인사에 개입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7인회’의 좌장격인 김기춘 실장과 ‘만만회’는 묘한 갈등관계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만만회’가 인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있으나마나 한 거수기에 불과하다. ‘만만회’에 대해 ‘7인회’의 불만이 높을 테고, ‘만만회’로서는 ‘7인회’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비선조직’ 간 싸움으로 진화되나
인사에만 개입해온 게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만만회’가 박근혜 정부 1년 반 동안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부추긴 한 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공작’이 대표적 사례 아닐까.
여권 내 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권 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은 “외부인사를 인사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여당의원들은 “비선 인사들이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을 추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복수의 비선 라인이 갈등을 빚으며 충돌 양상을 보이자 인사 참사의 모든 책임을 박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지적이 새누리당 내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장관 후보자를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저 사람은 어디서 나왔느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인사 참사가 ‘박근혜 비선 조직’ 간의 싸움으로 진화되고 있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