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개콘’ 징계조치에 언론인들 “어처구니 없어”

노종면 “권위주의 극한치”…이상호 “취임식에 초대했어야”

(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KBS TV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로 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비판적인 의견들이 이어졌다. ‘풍자’와 ‘개그’는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따끔한 일침들이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welovehani)는 “공주님께 무례하게 굴면 이렇게 됩니다”라고 비꼬았다. <경향신문> 공식트위터(@kyunghyang)는 “이런걸 ‘권위주의’라고 하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는 트위터(@naticle)에 “방통심의위 그리고 박만 위원장 잘 들어. 코미디 하지마. 박근혜가 연장자고 막 당선되어서 개콘 소재로 반말하고 웃기면 안된다고? 풍자의 개념도 모르면서 문화관련 장 자리에 앉아있지 마”라는 글을 남겼다.
 
이상호 기자(@leesanghoC)는 “김용준 탈락에 이어 박근혜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건”이라며 “바보들아, 처분이 아니라 취임식에 초대해야지”라고 꼬집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노 전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 스스로도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마당에 권위주의의 극한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며 “박 당선인이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송심의제도를 폐지하거나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go발뉴스’에 “(방통심의위가) 개그랄까 유머를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당선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얘기를 갖고 그렇게 지적한 것은 지나치다”며 “유머와 개그를 아는 넉넉한 사회가 돼야 하는데 심의하신 분들도 옛날 왕조시대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선시대만도 못한 엉뚱한 코미디...개콘 출연신청 해라”
 
방통심의위의 이번 조치를 두고 야당도 비판에 나섰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30일 오전 현안브리핑을 통해 “방통심의위가 개그하는 줄 알았다”며 “왜 이런 불필요한 행정조치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것을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참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방통심의위가 밝힌 대로라면 바람직한 정치풍자란, 임무를 시작한 대통령만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훈계조가 아닌 청원조로 해야 하고, 반말은 일절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왕의남자’, ‘광해’라는 영화에서 보았듯이 저잣거리의 정치풍자는 임금에 대한 성적 모멸감까지도 풍자와 해학으로 받아들여졌고 절대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며 “방통심의위의 행정지도는 정치풍자라는 희극인들의 권리를 정부기관이 규제하고 빼앗아가려는 조선시대만도 못한 엉뚱한 코미디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변인은 “방통심의위도 개그를 계속 하실 요량이면 개콘에 출연신청하시기 바란다”며 “정치와 국가기구가 개그와 코미디를 일삼는 현실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 16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용감한 녀석들’에 출연중인 개그맨 정태호 씨의 발언에 대해 행정지도 조치를 내렸다. 문제가 된 발언은 해당 프로그램의 지난해 12월 23일 방송분에서 나왔다.
 
당시 정 씨는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님 잘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거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 쓰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짜 웃기고 싶으면 개콘에 나와서 웃기던지”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정치풍자’라 함은 ‘정치권의 부조리나 과오 등을 빗대어 폭로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상으로 훈계조로 발언한 것을 두고 바람직한 ‘정치풍자’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이다. 제재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라며 “말 그대로 권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교수는 “법적 조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방송인들에게 주는 영향이나 발언내용을 상당히 움츠러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