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시범 개장한 가운데, 이 지역 성심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켜달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성심여중고는 박 대통령의 모교다.

성심여중고등학교 교장인 김율옥 수녀는 지난 2일 공개서한에서 “14~18살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화상도박장이 들어섰다”며 “도박으로 한탕을 추구하는 사람들 앞에서 정의의 가치와 성실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화상 경마장과 성심여중고의 거리는 불과 235m. 인근에는 원효초등학교 등 5개 학교와 주택시설 등이 밀집돼 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1월부터 “학습권과 생활환경을 침해한다”며 개장 반대를 주장해 왔다.

김 교장은 “화상경마장은 정의와 성실을 배워야 할 아이들의 교육의 자리를 거대 자본의 이윤을 앞세워 파괴하는 곳”이라 강조하며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이며 안전장치”라고 전했다.

▲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화상경마장 개장 저지에 나선 주민과 이용객들과 몸싸움을 일어난 가운데, 한 주민이 부상을 당해 구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사진제공=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원회)

김 교장은 “학부모와 주민들과 교사들이 다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다가올 위험을 눈으로, 온 몸으로 확인했다. 그러기에 화상경마장의 입점을 막으려는 우리의 싸움은 비록 공기업 마사회라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의 싸움이라고 해도 멈출 수 없다는 분명한 이유를 더 깊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기업으로서 마사회가 기업의 이익 추구 전에,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제2의 세월호를 막아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4일 오전에도 개장 저지에 나선 주민들과 이용객들의 몸싸움이 발생했다. 이 중 한 주민이 경마장 진입을 시도하던 여성 이용객의 가방에 맞아 쓰려져 구급차에 실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