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꿈적 않자 엄마들 무릎꿇어.. “제발 길 열어주세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경찰에 가로막힌 채 밤새 영정을 들고 청와대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발언과 관련, 사측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8일 오후 10시께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도착했다.
유가족 대표 10여명은 중재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야당 일부 의원들과 오후 11시 35분께 KBS 건물로 들어갔지만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이들은 KBS 본관 앞에서 4시간여를 기다렸음에도 대표이사와 보도국장의 사과를 받지 못하자 결국 박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해결 하겠다며 청와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소연 하겠다’며 버스를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 9일 오전 3시 45분께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도착한 뒤 이를 막아서는 경찰 앞에서 밤새 연좌했다.
골목길 사이마다 차벽을 치는 등 유가족들을 막아선 경찰은 청와대 주변에 13개 중대 9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대표가 “우리는 시위하러 온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몇 마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라며 경찰에 호소했는데도 꿈쩍 않자, 희생 학생들의 어머니 10여명은 이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영정을 들고 “제발 길을 열어 달라. 당신들도 조카, 자식들이 있지 않는가”, “자식을 지키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라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경찰과의 대치가 계속되자 유족들은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한 동영상 5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단원고 여학생들이 기울어진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중 한 여학생은 기울어진 세월호의 경사를 영상에 담으며 “(배 창문에 달린) 커튼이 이렇게 된 것은 배가 수직이라는 말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큼 짜릿합니다”라고 말해 가족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유가족들은 공개한 영상 중 한 개의 동영상이 사고가 났던 지난달 16일 오후 6시 38분께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월호가 침몰 했을 때도 학생들이 살아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전 7시 현재 유가족들은 아직도 경찰과 대치 중이다.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에 남은 유가족들도 곧 이 곳으로 합류해 대통령 면담 이전에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KBS 측은 유가족들의 항의 방문에 대해 “조문 갔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폭행·억류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불의의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참담함을 이해하면서도 분향소를 찾은 공영방송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행한 폭행과 장시간 억류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