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언론인에 직접 전화.. 정부 비판기사 수정 요청
해외 주재 문화원장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현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언론 보도 정정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부에 비판적인 외신 보도에 정부가 검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신 전문 번역 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지난 20일 주독 한국대사관 독일문화원 윤종석 원장은 재독 언론인 정옥희 씨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독일 일간지 차이트(Zeit) 기고한 기사를 문제삼으며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
정 씨는 ‘한국인들의 분노(Die Wut der Suedkoreaner)’라는 기고 글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질타하는 내용과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기사에서 윤 원장이 문제 삼은 부분은 '포즈 취하는 대통령'이라는 소제목 아래 “한국인들은 요 며칠 대통령,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의 냉소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두고 분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고로 부모를 읽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섯 살 여자아이와 사진을 찍었다. 단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여자아이를 체육관으로 데려간 것으로 보인다. ‘부모 찾는 권지영 어린이 위로하는 박 대통령’이라고 친정부 신문 조선일보가 이 사진에 제목을 달았다”라는 내용이다.
이에 윤 원장은 “해당 보도 내용은 어린이의 고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동원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윤 원장의 이런 한 요구는 정부에 비판적인 외신 보도를 정부가 검열하는 것이라는 비지적이다.
정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제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을 알지만 저는 확실한 독일 국민”이라며 입니다. 제가 재독교민이 아니었다면 이런 전화를 받았겠습니까? 한국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요?“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정 씨는 윤 원장에 “나에게 ‘포즈 취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바꿔주라 했다. 이는 Zeit 신문사에서 편집자가 스스로 썼다. 대사관은 Zeit 에게도 틀린 내용이기에 제목을 바꿔달라고"라고 전했다. 대사관이 개인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으로 정정 보도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 씨가 제기한 의혹은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당사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사안으로 해당 언론 매체를 통해 정정보도는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원장이 직접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통해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B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외신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사고 책임론 확산을 막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외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윤 원장은 24일 <미디어오늘>에 “대외공관 주재관으로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홍보 업무도 맡고 있다”며 “현재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문화원장이자 공사 참사관인데 통상적인 언론활동과 공보활동을 같이 하는 조건이다. 해외 문화원장 회의 중 인터넷에 관련 글이 떠 있어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독일 문화원 측도 보도자료를 내고 “주독일 한국문화원은 한국문화를 독일에 알리는 문화분야 업무 외에도 국가이미지 홍보 및 독일 언론의 한국 관련 취재지원 등 언론분야 업무도 담당하며, 문화원장은 대사관 업무분장상 공보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며 윤 원장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정 씨는 문화원의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독일 시민에 대한 개인생활 침해는 그들의 임무가 아니”라며 “명백히 책임을 지게 만들 것”이라고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이어 “내가 독일 시민이 아니라 한국 시민이라해도 공공기관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행위를 범했다면 당연히 죄송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우선”이라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