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 1만여 시민, 사면‧복권 촉구…“상식적 사회 되길”
언론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복권을 위한 ‘바람이 분다’ 토크 콘서트에는 1만여 명(경찰추산 6000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26일 서울 여의도 공원. 오후 8시 공연을 보기 위해 조금 일찍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행사장 양 쪽에 배치된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투표시간 연장 촉구’, ‘쌍용차 노동자 후원 독려’, ‘제주 강정마을 평화 촉구’ 등의 요구를 내건 시민단체들의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행사장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흘러 나왔다.
이번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황영욱씨는 ‘바람이 분다’라는 곡을 선곡한 이유에 대해 “이 곡은 바라던 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쓸쓸한 심정을 대변하는 곡”이라며 “정봉주 전 의원의 가석방 무산 소식에 우리 모두가 느꼈을 감정을 대변하는 곡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곡은 비단 정 전 의원의 가석방 무산 소식에 대한 팬들의 쓸쓸한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만은 아니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쓸쓸함을 대변하는 곡이기도 했다.
혼자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형경(35·경기도 성남)씨는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부인과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공연장을 찾은 김태인(41·서울 영등포)씨는 “우리 아이들이 사람답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회찬, “감방교체 해내겠다” 행사장 찾은 1만여 시민 환호성
이 날 행사장에는 민주통합당 박영선·정청래·진선미 의원,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go발뉴스’ 이상호 기자(현 MBC기자), 정 전 의원의 아내인 송지영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부인 김정숙씨, 나꼼수 멤버 등이 참석했다.
1부 행사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노회찬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을 홍성교도소에 보낸 사람, 대신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의미로 “감방교체”를 외치자 행사장을 찾은 1만 여 시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나는 꼼수다’ 회원 남국현(31·서울 동대문구)씨는 “노회찬 의원이 감방교체를 외쳤을 때 속이 시원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든 지금 정권의 문제점을 확실히 짚고 넘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가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시대 왔으면···”
1부 행사가 끝나고,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들과 함께하는 2부 ‘정봉주를 許하라’ 순서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열기는 한층 더 고조 됐다. 나꼼수 멤버들이 정봉주 전 의원이 평소에 즐겨 불렀다던 김광석의 ‘일어나’에 맞춰 함께 뛸 것을 요청하자, 시민들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호응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만난 시민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5년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어 행사장을 찾았다는 오민정(30·서울 마포구)씨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꼼수가 가려운 곳을 긁어 줘 평소에 자주 듣는다”며 “지금 시대는 자유가 필요한 시대다. 자유가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들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S씨(서울 서초구)라고만 밝힌 70대 남성은 “한 분만 빼고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지금보다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며 “자녀들과 함께 저녁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정치에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트위터를 보고 왔다는 신하경(22·서울 구로구)씨는 “아직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앞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계속됐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는 여의도공원에 그려진 선에 따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촛불 모양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플래시몹' 형태로 진행됐다. 만여 명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며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불빛에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비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