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사장’, 가짜 中공문서 내용 써주며 위조 지시

‘증거조작 사건’ 처음부터 기획 가능성 커져

국가정보원이 협조자 김모씨(61·구속)에게 가짜 중국 공문서에 들어갈 내용까지 써주면서 문서 제작을 지시했던 것으로 조사돼 증거 조작을 처음부터 기획했을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국민일보>는 이같이 보도하며 처음부터 증거 조작이 기획됐다면 국가 정보기관이 혐의 입증에 욕심을 낸 나머지 없던 증거를 날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일 공안 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김 사장’으로 불리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48·구속) 조정관은 협조자 김씨가 위조문서를 만들기 위해 중국으로 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7~9일 국내에서 수차례 접촉했다.

유씨 변호인이 법정에 낸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할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지를 사전 모의하는 자리였다.

김 조정관은 특히 해당 문서에 들어가야 하는 핵심 문구까지 작성해 와 김씨에게 전달했다. 유씨 측 문서는 허가 없이 발급됐으며, 국정원이 입수한 출·입경 기록이 맞는다는 게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이 사실상 위조문서의 ‘초안’을 작성해준 셈이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김씨는 같은 달 10~12일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의 한 특급호텔에 투숙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씨가 김 조정관이 건네준 내용을 그대로 베껴 문서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국민>은 전했다.

김씨는 현지 문서위조 브로커로부터 가짜 싼허변방검사참 관인을 구해 문서에 날인까지 했고, 12월 13일자로 직인이 찍힌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 문서는 이렇게 사흘간의 위조 작업을 거쳐 정식 공문서 형태로 제작됐다.

검찰은 김씨가 ‘유씨 측의 정황설명서는 위법하게 발급됐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 관계 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허위 신고서를 별도로 만들어 김 조정관에게 건넨 사실도 확인했다. 이 신고서는 공소유지를 담당하던 검사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허위 신고서까지 만든 것은 중국에 정식으로 신고가 접수돼 유씨 측 문서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꾸미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조정관은 여전히 “위조 사실을 몰랐다. 상부 보고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조정관이 수사가 ‘윗선’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물증 확보를 위해 국정원과 주중 선양영사관 간의 외교전문 등을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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