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야권 분열 우려 씻어” vs <조선> “새 정치, 구 정치에 백기 투항”
2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6·4 지방선거 전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전격 선언하자 진보와 보수 언론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3일자 사설을 통해 “안 의원이 새 정치를 내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노선과 인물, 조직을 갖추지는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당 창당을 하면서 불안한 행진을 해왔다”며 “그 동안 두 세력이 통합하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장할 여지가 많았고, 견제도 협력도 못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도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관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이번) 합당 선언은 야당 지지자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정의 정상화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경향신문>은 “두 세력의 합당 그 자체가 장밋빛 미래를 저절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역시 “두 세력의 통합은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힘을 모음으로써 야권 분열 우려를 씻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며 “진보정당과의 연대 문제 등이 있지만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겨레>는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에 대해 “이번 통합으로 그간의 새 정치 실험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실험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다고 할 수 있고, 더 큰 틀의 실험으로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고 평하고 “안 의원은 비록 독자신당의 꿈은 접었지만 통합신당에서 정치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국민의 이런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에 대해서도 “통합으로 몸집을 불렸다고 안도할 일은 아니”라며 “통합신당 창당을 계기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에서 “안 의원과 민주당 합당은 ‘안철수 새정치’의 백기투항”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구(舊) 정치 세력”이라 비판해온 안 의원의 발언들을 언급하며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사람도 모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득권이라고 비난했던 쪽이 내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구 정치에 대한 새 정치의 백기 투항’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번 합당의 최대 피해자가 문재인 의원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김·안연대 vs 친노그룹, 2017 대선 경쟁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내 다수를 차지하며 지방선거 이후 당권 탈환을 모색해왔던 친노, 진보·강경파 블록에서는 김 대표와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추진한 합당을 중도파의 ‘기습’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하며 “문재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차기 대선 후보로 모색해왔던 친노 입장에서는 안 의원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봤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안 위원장이 새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기초공천 포기 약속’ 단 하나만을 강조하며 “진심으로 약속을 지키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입으로 두말을 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고, 자신이 구태라고 비판했던 바로 그 한쪽과 손을 잡은 데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어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는 습관적 의존증에서 탈피해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를 이루고, 친이·친박 같은 고리타분한 계파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 공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정치쇄신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