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교수 “눈 근본 문제 아냐 날림 공사 때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는 지붕에 쌓인 눈의 하중을 외벽이 견디지 못해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눈의 무게 뿐 아니라 강당의 구조적 문제, 부실한 건축 자재 등 부실 공사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연합뉴스>는 눈이 1㎡의 면적에 50㎝ 가량 쌓이면 눈 무게만 평균 150㎏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사고가 난 강당의 바닥 면적을 990㎡ 정도로 보고 지붕의 면적이 바닥 면적과 같다고 하더라도 이 강당 지붕에 쌓인 눈 무게가 148t 이상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주 리조트와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어진 경주 외동산업단지와 같은 경주지역 공장이나 일부 식당건물 등은 무너지지 않았다.
<연합>은 이 때문에 리조트의 강당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체육관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설계된 강당의 특성상 건축물 중앙부분 등에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강당 중앙 부분에 기둥이 몇 개만 더 설치됐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하중이 훨씬 더 늘어나 붕괴를 막았을 수도 있다.
<연합>에 따르면, 붕괴 현장 화면을 본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강당이 외벽과 지붕을 철골 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 패널로 덧대는 일명 PEB공법(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으로 지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합>은 시공 과정에서 정품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등 설계도와 다르게 부실한 공사가 이뤄졌을 의혹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많이 했다는 한 30대 목수는 사고 직후 <연합>에 “TV 화면을 보니 무너진 강당 지붕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H빔은 정품이 아니거나 아예 H빔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건축 경험상) 지붕이 무너진 강당은 제대로 공사가 된 구조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물 설계 과정부터 폭설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진 날림공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눈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웬만한 정상적인 지붕이면 1평방미터에 300kg 이상은 충분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150kg 안에서 무너졌다고 하면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진상에 나오는 서까래가 굉장히 약하게 보인다”며 “우리가 990평방미터라고 하면 300평 정도에 출구 하나는 너무 안전을 무시한 것이다. 최소한 3개 정도는 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당은) 체육관 형태이기 때문에 가운데 기둥을 놓을 수는 없다. 그 대신에 지붕 밑에 있는 서까래를 튼튼하게 트라스를 짜서 넣어야 한다”며 “지붕에 300kg 정도의 하중을 견디려면 샌드위치패널도 철판이 더 두꺼운 걸 사용해야하고 보조서까래도 더 많이 넣고 해야 되는데 사진 상에 보면 그것이 굉장히 약했다는 판단이 바로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고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경주경찰서는 18일 오전 중으로 사고수습이 마무리되면 사고현장 정밀 감식을 시작으로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불법·과실이 드러나면 리조트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최문태 경주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붕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수백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강당에서 하게 된 경위를 비롯해 붕괴 사고와 관련해 추정되거나 의혹이 제기되는 요인은 모두 조사할 방침”이라며 “철저한 조사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