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라야마 면담’ 거부, 여기도 종북 잣대?

“아베 비판하며 돌아서 눈치.. 친일 우경화 정권”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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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1995년 2차 대전 패전 50주년을 맞이해 ‘일본이 평양 전쟁 이전과 전쟁 중에 행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장본인이다.

“누구도 무라야마 담화 부인 못해”, 위안부 피해자도 만나

이후 ‘무라야마 담화’는 줄곧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로 이해돼 왔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등 68년간 유지해온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아베 내각조차 이 ‘무라야마 담화’를 공식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정의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 첫 일성은 “누구도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의당 의원단과의 만찬에서 그는 “일본 역대 총리들은 대대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혀왔다”며 “아베 총리도 1차 내각이 구성됐을 때 이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아베 내각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차 아베 내각이 들어선 뒤 뭔가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잡음이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며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매국행위”라고 규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면담도 가졌다. 일본 전·현직 총리 중 위안부 피해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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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라야먀 면담’ 청와대 태도 돌변 “안 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면담은 청와대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방한을 주선한 정의당은 “무라야먀 전 총리가 이번 방한 기간 중 청와대 방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가 흔쾌히 면담을 수락하고 한일관계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도 ‘박근혜-무라야마’ 면담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혜훈 최고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비록 정의당 초청이긴 하지만 무라야먀 전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공식 인정하고 사죄한 장본인”이라며 “일본 정계의 살아있는 양심인 그와 우리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최고위원은 이 면담의 대외적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우리 대통령이 무라야마 전 총리와 면담하는 장면은 아베 정부의 노골적 우경화 망동에 맞서는 우리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면담’ 거부, 왜?

정의당은 무라야마 전 총리의 면담 의사를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고,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9일 “절차상 그런 구상을 외교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일단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던 청와대가 하루 만에 돌연 난색을 표하며 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서로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면담 무산. 그 대신 13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무라야마 전 총리를 만나는 일정이 잡혔다. 수위가 조절된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대통령이 전 일본 총리를 면담하는 건 격에도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외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왜 피하려 한 걸까.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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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청와대의 대일본 인식과 야당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재차 확인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베 비판하면서 돌아서면 아베 눈치 보는 ‘친일 우경화 정권’

친일 역사교과서를 지원하는 정권 아닌가. 겉으로는 아베 내각의 우경화와 과거사 인식에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돌아서면 일본 눈치를 살피는데 분주한 정권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무라야마 면담 거부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내각의 우경화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 온 일본 정치인이다. ‘박-무라야마 면담’이 자칫 아베 총리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청와대 외교 라인이 면담 불가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 접견으로 대접할 경우 오히려 일본 정부와 감정적으로 싸우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공식 대화 파트너는 아베 정부’라는 입장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아베 내각이 우리 정부에 이미 싸움을 심하게 걸어왔다. 그런데도 “싸우는 모양새” 운운하며 꽁지를 빼다니. 또 면담에서 ‘공식 대화’만 오고가는 건 아니다. ‘비공식 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 앞에서는 배알도 없고 간도 콩알만한 정부다. 친일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인가.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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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정당’의 제안이라서? 무라야마도 ‘종북’?

면담을 거부한 이유는 또 있다.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보는 박 정권의 비뚤어진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종북정당’인 정의당의 초청으로 방한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박 정권의 시각에서 본다면 무라야마 전 총리도 ‘종북주의자’로 보일 수 있다. 무라야마는 사민당(사회민주당) 당수를 지낸 인물로 진보성향의 정치인이다. 사민당은 평화와 복지, 노동과 고용 문제를 중시하며, 미국을 ‘분쟁을 야기하는 국가’로 인식하는 등 반미 정서를 표방하기도 한다.

북한을 보는 시각도 진보적이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아베를 비판하면서도 아베를 결코 멀리할 수 없는 ‘친일적 체질’을 가진 정권. 북한을 너그러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죄다 ‘종북’이라고 밀어붙이는 ‘이념 프레임’에 몰입돼 있는 정권. 이게 바로 박근혜 정부다.

아베 총리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고, 또 종북정당의 제안인 만큼 어떻게든 거절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 박근혜 정부. 끝내 ‘무라야마 담화’ 장본인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말았다. (☞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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