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역에 안 의사의 의거를 기리는 기념관이 전격 개관하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하얼빈시와 하얼빈시 철도국이 19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문을 연 것과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일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며 한국과 중국에 강하게 항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회견에서 “일방적인 평가를 토대로 한국, 중국이 연대해 국제적인 움직임을 전개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협력관계 구축에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라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일본의 입장과 우려를 한중 양국에 전달해 왔다”면서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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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외교부는 20일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존경받는 영웅”이라며 “이토 히로부미는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한반도 침탈을 주도했으며 동북아의 평화를 짓밟고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해악을 끼친 원흉”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몰상식하고 몰역사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도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안중근은 저명한 항일의사다. 또한 중국인민의 존경을 받는다”고 말했며 “중국이 국내 유관법률에 따라 관련 기념물(안 의사 기념관)을 설치한 것은 완전히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일본의 모든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이어 “일본 지도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이웃국가들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와 불만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일본이 진정으로 역사를 정시하고 역사를 반성하고 참배문제에서의 잘못된 입장을 바로 잡으며 실제행동으로 아시아 이웃국가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념관의 기획과 전시물 설치 등 실무를 총괄 지휘한 하얼빈시 문화신문출판국 쉬허둥(徐鶴東) 부국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는 중국에서도 많은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입니다. 기념관 설치는 중국이 위대한 인물에 표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쉬 국장은 “지난 2006년부터 다양한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며 “특히 지난해 한·중 지도자 사이에 기념사업 추진에 대한 약속이 이뤄진 뒤 수개월간의 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오늘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쉬 국장은 이어 “기념관은 크게 안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 이전 활동과 하얼빈에서의 행적, 일제에 체포된 뒤 수감에서 순국까지의 과정, 중국 저명인사들의 그에 대한 평가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기념관 내부 전시물은 중국에서 안 의사와 관련된 사료를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던 하얼빈시 조선민족예술관에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에서 존경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안 의사의 의거를 두고 “중국 인민의 항일투쟁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격살’(擊殺)로부터 시작됐다”며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 것은 물론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 위안스카이(袁世凱) 등 중국이 터부시하는 지도자들의 안 의사에 대한 높은 평가도 함께 전시한 것은 그만큼 안 의사가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영웅’이라고 설명했다.

쉬 국장은 이토를 저격한 하얼빈역 1번 플랫폼 위에 “안 의사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를 눈에 잘 띄게 걸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중앙에서도 ‘격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해 그대로 추진했다. 이 단어에는 안 의사의 의거에 대한 중국인과 한국인의 공통된 정서가 담겨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안 의사 기념관의 전시물 설명을 중국어와 한글로 함께 적었는데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글과 조금 다른 중국 조선족이 쓰는 단어로 표기된 점 등을 한국인 관람객이 양해하길 바란다"면서 "안 의사 기념관에 대해 기대 이상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정성을 다해 실무를 총괄할 사람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