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에게도 누릴 생이 있다

‘길고양이’ 굶겨 생매장..인간의 비뚤어진 탐욕

ⓒ'김경 칼럼니스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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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위터에서 본 끔찍한 사건 하나가 잊히지 않습니다.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지하에 살던 고양이들을 완벽하게 가두어서 굶겨 죽인 사건’ 말입니다. 아파트 현관 앞에 말라 비틀어진 고양이 시신들이 쌓여 있는 사진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질끈 눈을 감고 말았지요.

이럴 때 전 데카르트와 그의 후예들에게 거의 원한에 가까운 분노를 느낍니다. 동물에겐 영혼이 없고, 그저 ‘생기 있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했던 철학자 말입니다.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는 1889년 말을 채찍으로 때리는 마부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당장 말의 목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말에게 다가가 데카르트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고 하는데, 저도 지금 거의 그런 심정입니다.

ⓒ'김경 칼럼니스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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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일까요? 몰타에서 만난 캣 맨(Cat Man)이라고 불리던 남자가 떠올랐습니다.

예수처럼 머리가 길고 허름한 양복을 입고 다니는 30대 중반의 남자였는데 친구들 말에 의하면 몰타 출신이 아닌데 몰타에 와서 하루 종일 고양이 먹이 주는 일을 하며 산다고 하더군요. 우리 나라로 치면 시청에서 홍대 사이에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벅차서 다른 직업은 가질래야 가질 수도 없는 남자였습니다.

그 후로도 저는 여러 번 캣 맨을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전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할 만한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주인공 홀든을 떠올렸습니다. 성적 불량으로 퇴학 당한 고교생 홀든에게 세상은 너무도 저속하고 싫은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홀든은 대학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나온 엉터리 놈들이 하는 짓이란 기껏해야 값비싼 자동차를 사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신분이 되기 위해 공부할 뿐이니까요. 그런 홀든이 소망하는 건 오직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순수한 어린이들이 절벽 같은 데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린이들도 아파트 평수로 친구의 자질을 평가하는 곳입니다. 그러니 돈을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과 이해 관계에 염증을 느낀 홀든이 자신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어린이 대신 집 없는 고양이들을 돌보며 살기로 결심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몰타에서 만난 캣 맨처럼요.

ⓒ'김경 칼럼니스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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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올라 온 트위터를 보니 2014년 1월 9일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4동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없애기 위해 또 다시 연막탄을 터트리고 지하실 문을 폐쇄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를 위한 것이며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도 누릴 생이 있다는 걸 누가 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압구정동의 캣 맨이나 홀든은 기대할 수 없는 걸까요? (☞김경 칼럼니스트 블로그 바로가기)

‣01.08 <고발리포트> “압구정 고양이 사건..‘생명경시 시대적 표본’”(9분 05초~)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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