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이 2년 가까이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땅을 제공한 서울시는 기념·도서관에 부과해야 할 사용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도 기념재단 측에 부지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해 특혜 의혹 마저 일고 있다.

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시와 기념재단 사이 협약서에서 “기념재단(옛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기념·도서관 건물을 완성함과 동시에 시설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도록 돼 있다.

대신 “서울시는 시소유 부지를 제공하고 기념재단은 서울시도시공원조례에 따라 기념·도서관을 위탁관리”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기념재단은 2001년 12월31일에 이 협약서를 체결했다.

▲ ⓒ 서울특별시

지난 2011년 12월 기념재단은 안전행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국비 208억원과 모금액 20여억원을 들여 기념·도서관을 준공했으며, 두 달 뒤인 2012년 2월에는 서울시에 기부채납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부채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공유재산심의회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았고 서울시의회의 의결도 받지 않았다. 서울시의 실무 검토에서 기념재단이 위탁 관리할 수 있는 기간이 개정된 ‘서울시도시공원조례’에 따라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기념재단은 협약서에 명시된 기부채납·위탁관리 계약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도서관은 폐쇄한 채 지난해 2월부터 박정희 기념관만 단독 운영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아무런 제재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기념재단이 내야 할 토지·건물 사용료를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다.

그 동안 서울시는 1년 넘게 문제 해결을 미루다 지난 4월5일에야 김상범 행정1부시장 주최로 현안회의를 열고 기념재단 측에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매각면적을 1만1000㎡로 정하고, 수의계약 형태로 땅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에 기념재단 측은 9월30일 “부지가격 부담을 최소화해 달라”면서 공식적으로 매각 의사를 서울시에 통보했지만 기념재단은 수개월째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서울시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강희용 의원은 “시유지는 서울시민들의 공공재산임에도 서울시가 시의회 동의조차 없이 2년 가까이 기부채납과 위탁관리 처리를 미룬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특히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음에도 서울시가 기념재단에 땅까지 매각할 기회를 준 것은 특혜”라고 <경향신문>에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1년 당시 정부가 결정한 사안이라 당초 협약서에 명시된 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법 개정으로 위탁기간 등이 바뀌면서 기념재단과의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해명하고 “내부적으로 부지 매각 방침이 결정된 만큼 매각이 성사될 경우 위탁관리에 따른 사용료 등을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