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에 도전할 뜻을 밝히며 본격적으로 세력 결집에 나선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공안 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며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에 따르면 문 의원은 1일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의 출간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 다른 분 같다”며 “그때 박근혜 후보는 국민들의 뜻에 자신을 맞추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국민 통합과 상생도 오히려 더 멀어졌다”며 “편 가르기와 정치 보복이 횡행하고 있다.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저는 지금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 문재인 의원 블로그

문 의원은 정부의 국정원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 독재정권들도 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어떻게 하든지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난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더 큰 잘못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의원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워터게이터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된 시발은 도청 사건이 아니라 바로 거짓말 때문”이라 지적하고 “도청 공작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 한 책임을 추궁 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 의원은 대선 패배에 대해 전략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문 의원은 “상대편이 NLL 공세나 종북 프레임 등 흑색선전까지 미리 준비한 전략에 따라 선거를 이끌어간 데 비해, 우리는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동네 축구 같은 선거를 했다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하고 “평소에 놀다가 벼락치기 준비로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 때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일들을 5년 내내 하면 된다”며 차기 2017년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런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광폭 행보와 대선 재출마 의지 피력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강하게 성토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문 의원이 생각하는) ‘품격’인지는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이 수석은 이어 “지금 국민들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중차대한 안보·외교에 전념하는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다. 헌정 사상 한 번도 없었던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서민의 삶과 국가신인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겨우 살아나는 경제의 불씨가 혹시 꺼지지 않을지를 (국민들은) 더 무서워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앞서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이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편가르기와 정치보복이 횡행하고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고 혹평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며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대선이 불과 1년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 온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온 전대미문 사초실종에 대한 책임부터 져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며 “문 의원은 역대 대선 후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의 이런 행보가 자칫 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가 당내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 의원이 대선 도전 입장 표명을 지도부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조심스럽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