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뜨거운 축하 속 국내 ‘첫 동성결혼식’ 올려

“성소수자 행복한 권리 찾는 시작 될 것”

김조광수와 김승환 두 남자의 결혼식이 많은 하객들의 축하 속에 열렸다. 국내 최초의 첫 동성결혼식은 다양한 축하 공연과 함께 유쾌하게 진행됐고, 시민들은 청계천 광통교 앞을 가득 메우며 이들의 결혼을 축복했다.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는 김조광수 영화감독(48)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29)의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

김 감독과 김 대표는 김지애의 ‘몰래한 사랑’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무대 위로 등장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열다섯 사춘기 주님께 기도하며 고쳐 달라 빌었다. 언젠가는 당당하게 사랑을 하고 싶었다. 몰래 사랑한 그 남자 또 몰라 사랑한 그 남자 우리는 어떤 세상이 되어야 그 누굴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노랫말을 통해 힘들었던 시간들을 토로했다.

김승환 대표는 이에 화답하듯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결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사람을 만났다”고 열창했다.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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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마친 뒤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은 성혼 선언문을 통해 부부가 되었음을 공표했다. 20대 게이와 레즈비언은 “오늘 이 결혼은 성소수자의 행복한 권리를 찾는 가슴 뛰는 첫 시작이 될 것”이라며 “오늘 밤은 평등한 밤이다.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진심으로 축하해 달라”는 성혼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이후 하얀 드레스를 입고 하객 앞에서 ‘부부생활 10가지 다짐’을 발표했다. 김 감독 커플은 “당신의 잔소리까지 사랑하겠다”, “첫눈에 반한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살겠다”, “매일 30분 이상 꼭 대화를 나누겠다” 등의 다짐을 공개했고, 김승환 대표는 눈물을 보이기도 해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지난 2004년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들은 이날 주례와 축가가 없는 이색적인 결혼식을 선보였고 축의금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한 ‘신나는 센터’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화제의 결혼식은 많은 취재진과 인파로 열기가 뜨거웠다.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이 사회를 봤고 진선미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전 국회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방송인 하리수, 미키정, 류현경, 박희본 등 다양한 인사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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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의원은 무대에 올라 “오늘 결혼하는 이 부부가 가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이유도 사회적 관습도 아니라 사랑과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함께 의지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당연한 주장 앞에 성별과 성적 주장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어 “두 가지 약속을 하겠다. 이 부부의 친구로 어려움을 겪는 그 순간에 옆을 지킬 것이고 정치인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이뤄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두 젊은이는 오늘 잔치를 통해 예술을 창조하자는 것”이라며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라”고 덕담을 건넸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출연 중인 배우 박희본도 “당연한 결혼식에 당연한 축가를 하는데 지지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 있는 건 부끄럽다”며 “여기 온 모든 분들이 당연한 마음으로 이들을 축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하객들의 박수를 받았따.

한편, 결혼식 시작 전부터 일부 종교 단체들은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며 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 시민은 오물을 투척하려다 제지당하기도 했고, 또 다른 시민은 ‘청계천 더럽히는 동성결혼 박살내자! 온 국민이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난입하기도 했으나 결혼식은 별다른 문제없이 무사히 진행됐다.

결혼식에 앞서 두 사람은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한 결혼식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이효리씨처럼 이성애자였다면 조촐하게 결혼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많은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저희가 요란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회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저희가 이렇게 화려하게 결혼하게 됨으로써 화두에 오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인식을 변화시키고 자연스럽게 제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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