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영향? 학보 발행 막은 ‘한국외대’

학생기자들 자비로 호외 발행…대학언론인 70명 서명

한국외국어대학교가 학보사인 <외대학보>의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 발행을 막아 학보사 기자들이 사비로 신문을 발행・배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단선 이유로 선거특집호 불허

외대학보는 글로벌캠퍼스(12월 4~5일)와 서울캠퍼스(5∼6일)에서 실시되는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11월 18일부터 출마 후보의 공약 소개와 분석 등을 담은 특집호를 준비했다. 그러나 학교 측 신문운영위원회는 “호외를 발행하려면 교비가 드는데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선거가 단선이어서 자칫 편파보도의 우려가 있다”며 이를 금지했다. 학교는 호외인 선거특집호 대신 선거 이후 발행되는 정규호에 관련 기사를 보도할 것을 주문했다.

학보사 기자들은 "선거가 끝난 시점은 의미 없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학교 측의 계속된 반대에 학보사 기자들은 사비 50여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A4용지에 제작한 선거 특집호를 2천부 발행, 3일 서울과 글로벌캠퍼스에 배포했다. 외대학보 강유나 편집장은 “지면 대신 PDF 파일로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학교가 이를 거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용 문제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교의 선거편파보도 우려에 대해서도 “선거 끝날 때까지 선거기사를 싣지 마라는 학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대학보 주간인 한국외대 전종섭 교수는 “(학보사는) 신문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학생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간교수→신문운영위원회→총장 심의, <외대학보> 독립적 편집권 없어

취재결과 외대학보의 편집권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외대학보는 2주에 한 번 발행을 하는데, 주간교수가 승인을 하더라도 신문이 발행되는 월요일에 처장단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수정을 하고, 총장이 다시 최종승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 발간된다. 그러다보니 학교 측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신문이 수정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발행일자 역시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강유나 편집장은 “학교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우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해 왔다”며 “아예 발행을 중지당한 지금 상황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편집장은 “최근 몇 년 간 편집권 제도 개선에 대해 학교 측과 대화한 적이 없다”며 “총장의 승인을 거쳐야만 발행되는 현행 규정을 없애거나 최소한 수정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규정상 신문운영위원회가 심의를 하는 것은 규정에 맞는 합법적인 절차”라며 “규정 변경 문제는 추후에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대학보는 현재 대학언론인이 참여하는 공동성명서를 준비중이며, 70명 이상의 대학언론인이 동참했다. 한국외대 측은 전체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선거 호외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조속히 발행을 정상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외대학보 기자들은 학교의 편집권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향후 제작 정상화 여부를 논의하는 중이다.
 

학교 측이 발행을 거부하자 <외대학보> 기자들이 사비를 들여 A4용지로 발간한 선거특집호. @ 트위터(lum****)
학교 측이 발행을 거부하자 <외대학보> 기자들이 사비를 들여 A4용지로 발간한 선거특집호. @ 트위터(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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