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25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 뉴스를 심의하는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25일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국민권익위 신고서를 입수했다”고 밝히고는 “이 신고서를 기반으로 취재한 결과,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 중 최소 6명이 민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고, “류 위원장 지인과 주변 인물도 대거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방심위는 뉴스타파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KBS·MBC·YTN 등에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바 있다.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내용을 인용 보도한 방송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은 9월 4일부터 18일까지 2백 70여 건이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확인된 것만 최소 127건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혹은 관련 단체 관계자가 낸 민원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류 위원장의 친동생은 어떤 경위로 방송사 뉴스를 심의해달라고 신청했는지, 그 이유를 묻자 형의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방심위에 민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씨는 민원 제기 10여 일 뒤 스스로 민원을 취하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방심위 일부 직원들은 류희림 위원장과 이름이 두 글자가 같은 류 씨가 동생이란 사실을 알아채고, 내부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민원을 취하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또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중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았거나 활동했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소속 인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의 제보자를 대리해 부패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박은선 변호사는 뉴스타파에 “언론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할 방심위의 수장이 현 정권을 위해 스스로 징계의 정당성 근거를 조작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는 더는 방심위 위원장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여당은 “해당 정보는 방심위 직원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자료”라며 성명불상의 방심위 직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익명의 신고자가)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서를 접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해서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범죄 혐의가 소멸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한 일반인의 정보가 좌파 성향 언론사들에 무차별하게 공유될 가능성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제 누가 마음 놓고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원 신청 위축을 노린다는 점에서 부정한 목적에 해당하며 더 나아가 권익위 신고를 악용해 정부의 민원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현저한 중대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뉴스타파의 이번 보도를 “정치공작성 보도”라 규정하고는 “해당 보도를 받아쓴 기사들도 향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