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수사하다, 항명 혐의 등으로 보직 해임된 해병대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하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2차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던 1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 <이미지 출처=MBC 보도 캡처>

그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초기 윤 대통령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 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엄정히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고 언급했다.

이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 했다”고 설명하고는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며 “수십 차례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건을) 적법하게 처리할 것을 건의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 관련기사: “사령관이 안보실에 자료 송부지시”…대통령실 개입 의혹)

그는 “경찰에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보고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했다”고 강조하며, 왜 자신이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지난달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에서 해병대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박정훈 대령은 다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 밝히고는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은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원칙과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직해임시키고, 수사권도 없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2의 오민우 준위와 구자운 법무실장이 연상될 정도로 소름 끼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나온 보도내용만으로도 이미 채 상병의 죽음에 사단장 등 지휘관의 책임은 명백하다”며 “국가인권위도 군이 다시 경찰에 수사자료를 돌려줘야 한다고 하는 마당에 이렇게까지 국방부가 무리할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성근 사단장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당시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 이종섭 국방부장관이고 대통령과 같은 아파트에 살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기 때문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박정훈) 수사단장은 임 사단장을 혐의에서 빼라 수차례 지시받았음에도 빼지 않았다. 원칙과 소신이 항명이 되는 것, 우리 대한민국 군대가 언제까지 그런 군대여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부름을 받았던 시작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원칙과 소신을 지켰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때 윤석열은 대체 어디로 가고 소신에 좌천으로 응답했던 박근혜가 보이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국방부 이첩보류 명령의 목적과 배경은 그 자체로 한없이 불순하고 불법적이다. 채 상병 할아버님의 말대로, ‘천인공노’할 보직해임과 탄압을 중단하라”며 “소신을 지킨 군인을 보호하는 게 바로 국군통수권자의 임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