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와 ‘강력한 이권카르텔’ 어떤 연계? 엄밀한 근거 제시했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당국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틀째 강경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려면 엄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보고를 받은 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이후 교육부는 대학입시 담당인 인재정책기획관(국장급)을 16일 전격 교체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몇 달 전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한 지침을 담당 국장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장관이 하명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건 강력한 이권 카르텔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라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 “6월 모의평가 문제를 공교육 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총리실과 함께 점검하는 감사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6월 모의평가에서 정부의 기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김준우 변호사는 “정부가 내세우는 3대 개혁 중 하나가 교육개혁인데 블루프린트(청사진)가 없다보니 노동개혁과 같은 방식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1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이 분야에 적폐가 있다, 그러니까 수사를 해야 한다’는 식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그런 방식으로 포인트를 주는 형태의 사고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를 정상화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게 더 맞지 않나”라고 조언했다.
헬마우스 임경빈 작가는 “‘강력한 이권 카르텔’을 지칭하려면 훨씬 엄밀한 근거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임 작가는 “소위 ‘교피아’ 교육부 고위공무원들이 사립대학 등에 로비스트처럼 부총장으로 영입되는 케이스 등을 지적할 수 있지만 수능시험이나 모의고사 난이도 갖고 이권 카르텔 얘기는 조금 더 근거 자료들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은 검폭이라는 단어로 요약되고 교육개혁은 이권 카르텔로 요약된다”며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에 대해 과연 대통령이나 정부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다”고 했다.
신장식 변호사도 “6월 모의평가 시험이 어려운 것과 이권 카르텔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아무리 설명을 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권 카르텔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나온 이유가 대통령 발언은 틀리지 않았다. 무오류를 만들기 위해 없는 적을 또 상정한 것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앞서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교위가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장관급 초대 위원장에 이배용 전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임명됐으며 대통령, 국회, 교원단체 등의 추천으로 위원장 포함 총 21명의 위원이 구성됐다.
김준우 변호사는 지난해 출범한 국교위를 꺼내며 “윤 대통령 뿐 아니라 교육부도 새로운 법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정치적이거나 정부에 따라서가 아닌 다양한 계층과 진영이 모두 포함된 국교위 틀 안에서 향후 변화된 교육정책이 다뤄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이렇게 개입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교위가 출범한 상황에서 교육부총리 라인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법치주의인가”라며 “법치주의라면 국교위 논의 의제로 다루고 이를 통해 연착륙 시키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뭘 해도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기에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해결하는 플랜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거듭 합의제 기구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대통령은 합의제 기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선관위, 방통위, 국민권익위, 감사위원회까지 합의제 기구에 대해 ‘행정의 기본원칙이 아니지 않냐’라고 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