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종합토론에서 “채권·채무 이행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민관협의회에서) 검토됐다”면서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 우선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서 국장은 “정부는 확정판결 받은 일본 피고 기업이 전체 징용 문제를 대표해 사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의견 수렴 결과를 일본에 전달하고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다”고 했다.

▲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제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피켓을 들고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피해자 측 임재성 변호사는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외교부와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 상황”이라며 “피해자 측이 반대하는 안을 굳이 신속하게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고 반발했다. 또 “사후에 일본 측이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걸 합의문 없이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결에는 회의적이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진정성은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CBS노컷뉴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가 “윤석열 정권이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진심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실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이대로 순조롭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일본 정부는 이번에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완전히 종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일본 정부 관계자가 <산케이신문>에 “일본 기업에 채무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한국 쪽에서 언급한, 일본 정부가 과거에 표명한 ‘통절한 사과와 반성’ 등이 담긴 담화 계승에 대해서는 ‘과거 담화의 범위 내라면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입장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는 피해자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일본을 위한 자리였다”며 “(외교부가) 일본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황명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진정 어린 사과와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요구는 온데간데없고, 사과는 한 것으로 치고 책임은 우리 기업이 지라니 황당무계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민주당은 “피해자들은 한국기업의 배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들의 진정 어린 사과와 상응하는 책임을 바라는 것”이라 거듭 강조하고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책임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 기업에 대신 변제를 강요하는 친일적 행태를 당장 멈추고, 피해자분들의 요구를 반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