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 경찰 임무는 ‘국민 보호’이지 ‘국민 수사’가 첫번째 목적 아냐”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 “변화라고는 경찰국 설치, 대통령실 이전 두 가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9일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치안을 수출할 정도로 역량 있는 경찰이었는데 갑자기 158명의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참사로 돌아가시게 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에 반대하며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 총경에 대해 경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를 뒤집고 중징계를 요구해 경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국을 10.29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이유에 대해 류 총경은 “경찰의 인사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경찰의 시선과 관심은 국민에게 가 있고 모든 상황의 판단 기준은 국민의 안전이었다”며 ‘그런데 경찰국이 인사를 장악하면서 영향을 받게 됐다’고 했다.
류 총경은 “경정, 총경 이상의 인사를 장악했는데 이들은 승진을 제때 못하면 60세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계급정년”이라며 “경찰의 시선이 그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월 29일 경비 배치를 보면 그동안 잘 배치하던 경비경력까지도 경호 경비에 다 배치했다”며 “경찰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경찰국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을 크게 질타한 것에 대해 류 총경은 “경찰이 잘못했다”면서도 “경찰만 잘못했다 하면 잘못되는 것”이라고 했다.
류 총경은 “여러 재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다 같이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며 “재난안전기본법에 국가와 자치단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제도로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경찰 제도를 바꿨다”고 지적하며 “흔들린 상태에서 경찰만 공격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마약 수사’ 논란에 대해선 류 총경은 “경찰의 임무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국민을 수사하는 게 첫번째 목적이 아니다”며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마약 수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경호나 경비도 중요하고 마약수사도 되어져야 한다”면서 “순서가 거꾸로 됐다”고 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에 대해선 류 총경은 바둑에 비유하며 “112의 현장녹음만 가지고 그러는 것은 나무를 보고 숲을 안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바둑을 둘 때 포석이 제일 중요한데 국민안전을 위한 그곳에 경비경력을 포석 배치를 했어야 했다”고 비유했다.
이어 “포석은 없는 상태에서 12만 명 국민이 있는데 왜 30명으로 112신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냐고 물어보는 것은 너무 비논리적이고 현실과도, 국민 정서와도 안 맞고 하위직들의 정서와도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류 총경은 “30명이 12만 명을 (대응)하는 건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처음부터 경비병력을 충분히 배치해서 포석을 잘 뒀는데 그 포석이 잘 됐느냐 잘못됐느냐, 포석을 왜 이렇게 했느냐, 거기 포석이 경찰국 때문에 눈치 본다고 경호경비에 썼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야 된다”고 수사 관점을 제시했다.
아울러 류 총경은 “참사 이후 대처가 모자라다”며 “국가적으로 보면 사죄와 사과, 그 다음에 보상과 명예훼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수사 끝날 때까지 모든 절차를 미루겠다는 것은 국민과 피해 유족을 너무 오래 슬프게 하는 것이기에 참 문제가 된다”며 대국민 사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