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거인멸 교사’ 사실을 내내 부인하다 돌연 인정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의문’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A씨의 증거인멸 사건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최근 교사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전 A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올해 4월 기소됐다. 7월까지만 해도 ‘증거인멸 교사’ 사실을 부인하던 유 전 본부장이 돌연 혐의를 인정하자 A씨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국은 전했다.

이날 주진암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게 증거인멸 교사 사실을 인정하는 대가로 불구속 재판을 약속받으려고 한 정황에 대해 언급했다.

주 부장판사는 “유 전 본부장 수사기록을 보니 자신이 구속된 뒤 검찰과 딜을 하더라”며 “휴대폰을 갖다줄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휴대폰을 지인에게 맡겨놨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가 휴대폰을 깨서 버렸다고 하니 유 전 본부장이 화도 내고 한 것으로 기억나는데,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라면 갖다 달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비리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으나 지난달 20일 풀려났다”고 상기시키고는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석방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측근들 비리 의혹에 대한 진술을 얻어낸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SNS를 통해 “판사가 ‘검찰과 딜을 하더라’라고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김용 사건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고 유동규 진술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고 진술만 있는 경우에는 증인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변호사는 또 “검찰은 언제든지 유원홀딩스에 입금된 35억을 뇌물수수로 보아 유동규를 수사할 수 있다. 이제 공소장이 창작 소설이 될 위기에 처했다. 어떻게 할까요? 다시 집어넣을까요?”라며 검찰의 향후 대응에 주목했다.

앞서 대장동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천호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이 차명 보유한 유원홀딩스로 35억원을 보낸 사실을 포착해 차명 소유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