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현지시간) LA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재외 동포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뉴시스>

“이번 일로 곽상도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현재 곽상도 의원이 탈당을 했기 때문에 당에서 조치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초선의원들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 초선의원들이 아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자진 탈당’을 선택한 곽상도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의원 등 초선 7인은 27일 오후 “곽상도 의원의 32살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았다는 50억 퇴직금은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당 동료의원으로서 저희도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제 식구였다고 마냥 감쌀 수는 없습니다. 보수 정당을 새롭게 개혁하겠다는 읍참마속의 의지와 결기를 세워야 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특혜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여야를 떠나 모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법적 책임 여부야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공인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곽상도 의원은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길 바랍니다.”

이처럼 같은 당 일부 초선 의원들이 곽상도 의원을 향한 ‘손절’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이날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이준석 대표 또한 곽 의원의 결단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단호한 발언을 이어갔다. 우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지도부 책임 두루뭉술 회피한 이준석  

“제가 방금 비행기에서 내려서 후원금 관련 내용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마는 제가 말했던 것처럼 어떤 내용이든지 간에 성역 없는 수사와 성역 없는 검증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이것은 곽상도 의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고 그리고 또 이 건으로 인해서 다른 의혹들이 덜 주목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에서는 물론 저희가 어떤 징계절차를 하기 전에 곽상도 의원님께서 탈당을 하셨기 때문에 당내 징계절차는 하기 어렵게 됐지만 곽상도 의원께서 검찰 수사 등을 통해서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저희는 그 이상의 조치도 당연히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초선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상당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곽 의원의 자진 탈당 이후 국민의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저는 이 건에 있어서 굉장히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굉장히 광범위하고 또 수사력이 필요하고 중립적인 수사가 필요할 때는 당연히 특검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곽상도 의원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특검 요구다? 국민의힘은 물론 이 대표가 줄곧 신속한 검찰 및 공수처 수사 대신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그래서 더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특검은 시기 및 구성 등 특검법 합의를 둘러싸고 여야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동안 정작 수사가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 퇴직금을 추석 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보도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관련 발언은 두루뭉술한데다 책임 여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인지를 했다는 것은 맞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것에 대한 정보지 내용 등을 통해서 곽상도 의원의 이름을 봤으니까요”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에서 구체적으로 저에게 전달한 건 딱히 없었고 곽상도 의원에게 물어보겠다 정도, 이 정도 내용이었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에 있으면서 기사도 보고 하면서 시시각각 업데이트를 받았는데요. 제가 처음에 보고받았던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고 그리고 합치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절차나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식적이고 투명한 듯한 제스처를 취하지만 들여다보면 알맹이는 없다. 지도부가 추석 전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건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은폐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취급한 이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글을 통해 민주당을 향해 특검을 촉구하는 적반하장식 대응을 이어갔다. 

“그리고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건은 산재에 따른 보상 등으로 해명이 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곽상도 의원의 탈당 이상의 추가적인 거취표명을 요구합니다. 

화천대유 건에 있어서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이 곽상도 의원 아들의 건으로 본인의 과오를 감출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화천대유에 이어서 푸른위례프로젝트, 이거 다 성남에서 있던 일들입니다. 肉斬骨斷(육참골단) 을 기조로 삼겠습니다. 국민은 진상 규명을 원하는데 국정조사, 특검 모두 민주당이 못 받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꼬리 자르기 국민의힘, 석고대죄라도 해야 

맞다.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은 수령은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기는커녕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의원을 향한 민원성 뇌물이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곽 의원 외에 또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이 연루됐을 거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곽 의원 개인을 향한 꼬리 자르기식 사퇴요구가 전부일 수 없는 이유다. 

“저는 당신의 아버지께서 얼마나 많은 보좌진들을 해고해왔는지 명단 일부를 가지고 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짧은 시간 동안 보좌진들을 꽤 많이 바꾸셨더라.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자신을 위해 건강과 가정, 개인적인 시간 등을 상당 부분 포기하며 헌신한 보좌진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500만원이라도 챙겨주셨을까.”

이날 국회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올라온 “OOO 의원님 아드님께”라는 제목의 글의 결론이다. 이처럼 국회 내에서도 곽 의원과 아들 곽병채씨를 향한 분노가 표출되는 가운데 이날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 중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앵무새처럼 특검만 반복하는 중이다. 적어도 그런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라도 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과 이 대표는 정녕 ‘국민의짐’에 이어 ‘아버지힘’ 정당이란 국민들의 공분이 들리지 않는가.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