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반인이 권력이랑 돈을 가진 어떤 그런 기관, 언론기관과 싸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법정에 나와서도 재판을 받으면서도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여전히 저에 대한 어떤 기사가 나오면 옛날 그런 사생활 기사들을, 거짓 기사들을 계속 어뷰징해서 내는 모습에 정말 (소송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생각하면 아무 상관없지만, 그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두를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019년 1월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홍가혜씨의 심정은 이랬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MBN과 인터뷰를 통해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로 재판에 넘겨졌던 홍가혜씨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에 앞서 같은 달 24일 서울중앙지법(민사201단독)은 홍씨가 디지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닌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홍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며 “디지틀 조선일보가 홍씨에게 6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다큐멘터리 '가혜'의 한 장면>

단 하나의 인터뷰였다.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4월 18일 오전 민간잠수사 신분으로 MBN과 생방송 인터뷰에 나섰던 홍씨.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도 홍씨에 대한 구속수사를 만류했던 홍씨의 실제 인터뷰 요지는 이랬다. 

“정부는 지금 550명의 잠수사 투입, 헬기 23대, 바지선 120여척 등, 민관군 협력 하에 대대적인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 구조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다에 나갔다 오신 실종자 가족 분들이나 잠수사들의 이야기들이 구조는 전혀 없다고, 민간 잠수사들의 투입을 요구 하고 있는바, 민간 잠수사들을 속히 투입 시켜주시고 빨리 구조를 하자.”

이후 홍씨는 경찰 수사를 거쳐 목포지검에 의해 신속하게 구속됐고, 이후 100일 만에 풀려나기까지 ‘허언증 환자’라는 공격을 비롯해 가짜뉴스 및 허위보도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2018년 11월 무려 1687일 만에 법원으로부터 해경 명예훼손 혐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조선일보 등 언론과의 민사 소송에서도 잇따라 승소 판결을 얻어낸 바 있다. 그랬던 홍씨가 다시 싸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좀 더 독하게,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

가짜뉴스 및 허위보도 피해자 연대 단체 만드는 홍가혜 

“누더기가 됐다고 평가받는 언론중재법 협상 과정을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수억 원의 소송비용을 썼습니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런데 그저 하나의 ‘사례’로 남으라는 것 같아 더 억울합니다. 

법은 공평해야 합니다. 공평하다 했습니다. 피해 받은 만큼 돌려주거나 회복 되는 것이 진정한 ‘공평’이자 헌법이 대원칙으로 세운 정의의 원칙일 것입니다. 우리 언론 피해자들은 절대 숫자로, 하나의 사례로 남기를 원치 않습니다. 진정한 피해회복을, 정의 구현을 위해 연대할 것입니다.”

27일 가칭 ‘가로세로연구소’ 피해자 단체(‘가피연’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홍씨의 다짐은 이랬다. 홍씨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우체국 21층 스카이홀(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피연’ 발족 및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에 대한 위증죄 고소 상황을 알릴 계획이다. 

홍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전 기자 및 조선일보 등 허위 보도 피해자 내용을 소상히 밝히는 한편 언론보도 피해자 입장에서 촉구하는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에 대한 구체적 시행령 및 보완 사항, 가세연 피해자(현직 연예인 및 개인, 공인 포함)들의 사실확인서 공개 및 여타 피해자들의 공동 대응 참여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기자회견에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진 가짜뉴스 등에 영향을 받아 홍씨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았던 악플러가 직접 참석, 악플을 쓰게 된 경위와 재발방지를 위한 언론보도 변화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동시에 홍씨에게 공개 사과에 나선다. 

▲ 세월호 참사 당시 인터뷰를 통해 해양경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홍가혜씨가 2019년 3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홍씨는 김용호 전 기자에 대한 위증죄 고소 소식도 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홍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수년 간 계속된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씨의 기사 및 트위터 게시글 등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 최종 승소하는 확정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날 회견에서 홍씨는 새롭게 발견한 증거를 바탕으로 김씨에 대한 위증죄 고소 경위 및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한편 조선일보를 향해서는 일종의 합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 2년 전 언론 대상 소송으로는 최대 금액인 6000만원의 배상금 판결을 이끌어낸 홍씨가 아래와 같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이 또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유례없는 요구일 터. 

“2심에서 조선일보는 판결된 금액이 과하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하였으나 기각 당해 그대로 6000만원이 인정됐습니다. 조선일보는 2심 판결이 확정되자 대법원에 항소를 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2년째 계류 중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대법원에서 2년 동안이나 이례적으로 판결을 하지 않을 것을 마치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판결된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면 엄청난 이자가 붙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1심 판결 이후 2심 확정시 지연이자까지 꼼꼼히 챙겨주셨던 돈 약 7000만원을 전부 돌려 드리겠습니다. 단, 저에 대해 방송했거나 기사를 게재했던 시간, 횟수 등을 총합해 그 기간 동안 TV조선을 포함한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계열 모든 신문사 및 TV매체가 제 보도 및 기사를 통해 올린 트래픽 전부를 공개하고, 관련 광고사 수익, 후원금 등 모든 수익을 공개하십시오. 그 관련 수익을 우리 단체에 기탁하거나 416연대에 기탁하고, 방송 보도 및 기사의 횟수와 지면만큼 제게 지면과 방송 출연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겠습니다.”

피해자 홍가혜의 또 다른 싸움 

홍씨는 지난 8월 인터넷언론인연대, 신문고 뉴스 등에 기고한 <맛 칼럼니스트가 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안 되는가?>란 칼럼에서 당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논란에 아래와 같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 <이미지 출처=신문고뉴스 홈페이지 캡처>

가짜뉴스 및 허위보도 피해자는 물론 ‘홍가네곳간’이란 요리연구가 입장에서 “시장에서 고구마순 까는 할머니께서도 시의원 할 수 있고, 술집에서 술 따르던 도우미 아가씨도 사회운동가가 될 수도 있지. 과거에 머무르라고 하는 거, 그거 엄연한 폭력”이라며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오래된 질문 하나가 있다. 1.창녀는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2.당신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음식 하는 사람 입장에서 지금의 논란들이 화가 나는 건, 맛집 취재하던 사람이 경기관광공사 사장된다는 조롱이다. 음식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건강을 해칠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음식이라는 말이 식상한가?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는 말은 왜 있다고 보는가? 

나는 평소 뭐든 건강한 것을 더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 못할 말이지만서도, 식탁에서 무엇을 더 빼야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당신들의 그 조롱이 아프다. 사회운동가, 통일운동가, 변호사, 판사, 검사... 다 좋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만 사회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이랬던 홍씨가 잠시 요리 관련 본업을 접고 가짜뉴스 및 허위보도 피해자들을 위한 ‘가피연’이란 단체를 이끄는 활동가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어쩌면 “창녀는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 자체에 단체의 성격 규정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대한 공격이 난무하는 시대. 단체의 주체보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그들의 연대에 집중해 달라는 요구 말이다. 홍씨가 조선일보를 향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가세연’ 김용호 기자와의 또 다른 싸움에 나서는 목적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