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는 입으로만 떳떳하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국회에 나와서 국민의 의혹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주당 역시 이제 자충수 그만두시고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길 바란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더 이상 숨기고 버티면 제2의 조국 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겉과 속이 너무나 다른 위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조국 사태가 계속 연상되는 작금의 현실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24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중)

▲ 국민의힘 김기현(가운데)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뜬금없이 ‘제2의 조국 사태’를 소환한 국민의힘에 부화뇌동한 이들은 따로 있었다. 이날 <김기현 “대장동 의혹 숨기면 제2의 조국사태”>를 헤드라인으로 뽑은 경향신문을 필두로 적지 않은 언론들이 김 원내대표의 워딩 중 ‘대장동=조국’을 따옴표 친 제목으로 뽑았다. 한데 김 원내대표보다 앞서 이러한 마타도어를 퍼트린 이가 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였다. 

“유감표명 대신 정면돌파?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듯. 그 지겨운 스토리의 반복.”

22일 진 전 교수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해명을 전한 기사를 공유하며 적은 글이다. 대장동-화천대유 의혹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이란 호들갑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동양대 장경욱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마타도어다. ‘제2의 조국사태’가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태를 일으켜 정부여당에 타격을 주고 지지율을 떨어뜨리며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소망성취’ 프레임만 존재할 뿐이다.  

지금껏 밝혀진 사실 관계만 봐도 딱 그렇다. 이재명 지사의 비리 혐의는 밝혀진 것이 없고 갈수록 과거 보수정당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참여 여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조국사태 운운하는 이들이야말로 부동산 관련 실제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들여다볼 생각 없이 정치적 마타도어만 일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 원내대표나 진 전 교수가 딱 그런 경우다. 조 전 장관을 지겹도록 소환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이런 얼토당토 않은 프레임을 적극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경남 당원 간담회를 통해서였다. 

경남당원 간담회에서 조국 프레임 정면 돌파한 추미애  

“조국 리스크? 그게 제게 주십시오. 제가 다 감당하겠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추 전 장관은 “조국 리스크는 없습니다”라고 단언하며 조국 사태의 핵심을 짚어냈다. 보수야당의 헛된 프레임을 꼬집은 것만이 아니었다. 조국 리스크 운운하는 당 내 인사들을 향해서도 그는 “비겁하다”고 일침을 놨다. 바로 이렇게. 

“다들 조국 리스크를 얘기합니다. 무슨 조국 리스크가 있습니까? 사모펀드는 혐의가 없다는 게 법적으로 명료하게 완결됐습니다. 표창장이 남았는데 입학사정에 참고사항도 아니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 입시비리도 없는 겁니다. 그런데 왜 다들 조국 리스크라며 뒤로 숨는 겁니까? 비겁합니다.”

▲ <이미지 출처=고일석 더브리핑 기자 페이스북>

이어 추 전 장관은 본인도 “당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며 장관 재직시절 아들 병역 의혹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초를 조 전 장관 일가족이 당했던 전무후무한 검찰 수사에 빗대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여러분도 잘 모릅니다. 조국 장관이 어떤 일을 당했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제 아들을 야밤에 자취방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몇 년 전 군대에서 있던 일인데 자취방에 뭐가 있다고 압수수색을 합니까? 그들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고 낙인을 찍는 겁니다. 같은 고통을 당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조국 장관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끔찍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 

조국 장관 수사는 무슨 업무상 과실처럼 어쩌다 과잉수사가 된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조국을 몰아내고 조국을 잡겠다고 나선 수사였습니다. 그들은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이사장을 엮으려 했습니다. 그게 들키자 채널A 사건 언론과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청부했습니다. 조국 장관 수모에 이어 총선 참패를 유도하고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도록 했던 것입니다. 명백한 정치개입이며 쿠데타입니다.”

이처럼 고발사주 의혹을 ‘고발청부’ 및 ‘검찰의 쿠데타’로 규정한 추 전 장관은 조국 프레임을 들고 나온 이들이야말로 검찰 및 언론의 프레임에 놀아나는 것이란 주장을 분명히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 역시 그런 검언정 합작 프레임을 비판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강력한 개혁 노선 천명 중인 추미애, 호남민심은? 

“지금 조국 장관이 마치 불공정의 대명사처럼 돼있는데, 그게 다 검찰과 언론이 만든 겁니다. 저들은 한명숙 총리를 엮고, 유시민 이사장을 엮어서 이 세력의 저명인사들을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수법입니다. 사법 인격살인입니다. 그 모멸감을 견디지 못해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나신 것입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개혁에 맨 앞장선 사람들이 마치 독립운동 하듯이 무참한 피해를 당하는 것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 나라를 지키는 데는 독립운동 못지않은 지난하고 어려운 싸움이 필요합니다. 검찰 기득권은 언론, 야당, 재벌을 모두 아우르는 모든 적폐의 총합입니다. 이 모든 적폐들과 기필코 싸워서 이겨내야 합니다.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고, 조국 장관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고일석 더브리핑 기자 페이스북>

그 적폐와의 싸움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호소한 추미애 전 장관. 그는 어제(24일) 부울경 미래비전 발표 자리에서도 “정치검찰 윤석열의 대권 도전과 대장동 부동산 투기 사건은 본질이 똑같습니다. 소위 한국 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며 곳곳에서 기득권과 특권을 누리는 검-언-정-경 카르텔의 정치적 야망과 경제적 특권과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의 발호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라며 그간 일관되게 펼쳐 온 논리를 이어갔다. 

“정치검찰 윤석열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만들어 부당하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 무려 35차례나 대통령의 실명을 적시하며 총선 개입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노렸던 윤석열은 결국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으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검찰쿠데타의 검은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저에 대한 파상공세도 거칠게 이뤄졌습니다. 제가 당대표 시절 강력하게 실천한 시스템공천은 정치검찰이 노리던 공천 허점을 차단했습니다(...). 검찰개혁은 사회대개혁의 관문입니다. 검찰개혁을 이뤄내야 언론개혁, 사학개혁, 사법개혁, 재벌개혁이 가능합니다. 추미애에게 보내주시는 지지와 성원이 검찰을 바로 세우고, 부울경의 희망을 다시 세우며, 대한민국을 더 높이 세우게 될 것입니다.”

오늘(25일) 민주당 광주‧전남 경선 결과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관심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반 확보, 이낙연 전 대표의 약진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와중에 강력한 개혁 노선을 천명한 추 전 장관이 유의미한 지지세를 확보하며 ‘빅3’로 안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가장 개혁적인 선택을 자랑해 온 호남 민심은 이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 이제는 ‘조국 리스크’ 정면 돌파를 내세우고 있는 추 전 장관을 품어낼 수 있을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