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 재개발 9구역은 2017년 6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 제가 부동산을 구입한 날은 두 달 뒤인 7월입니다. 해당 내용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모두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만 시공사 선정 이후 이틀 간 60여건이 검색됩니다. 

이것이 어찌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매입’했다는 것입니까? 업무상 비밀 이용은 지구 지정 전, 또는 사업시행 인가 전 아무도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부동산을 사는 것 아닙니까?(...) 누구나 살 수 있는 매물이었습니다.”

23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야당 의원 부동산 투기의혹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내놓은 입장문 중 일부다. 김 의원은 “우선 과거 부동산 문제로 다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사죄드립니다”고 전제한 뒤 “권익위가 판단한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은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항변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위와 같이 반박했다. 

▲ 김태응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상임위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총선 전인 2020년 1월 ‘민주당 공직후보 검증위원회’로부터 무혐의 판정과 함께 관련 자료를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밝힌 김 의원. 그는 “부패방지법 제7조의2(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는 경우”라며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을 하면서 어떤 비밀을 얻었고 거기에 어떤 의혹이 있다는 건지 권익위는 공개해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김 의원은 “권익위 조사결과 사안은 2019년 검찰 조사를 받은 사안”이라며 “2019년 4월 제 사건이 불거진 뒤 몇몇 시민단체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저를 고발했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으로, 오늘 권익위의 발표와 같은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검찰은 1년 8개월이 지나가도록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의 시간끌기로 여기까지 온 것이 답답할 따름”이라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조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해명 때문이었을까,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서였을까. 이날 국민의힘이 부동산 투기의혹이 확인된 의원 12명 명단 공개를 두고 고심에 들어간 가운데 JTBC와 SBS가 김 의원의 관련 의혹을 과하게 부각시켜 의아함을 자아냈다.   

유독 김의겸에 가혹한 언론들 

“지난 6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부동산 전수 조사에 동참하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했습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흑석’ 김의겸부터 조사받겠다"며 부동산 거래 내역을 모두 내놓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김 의원도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봤습니다.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서울 흑석동 상가 건물을 ‘업무상 비밀이용’, 즉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사들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 의원의 부인이 상가 건물을 산 건 지난 2018년 7월, 25억 7천만 원을 주고 샀는데 빚이 16억 원이었습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청와대와 정부가 강화된 부동산 대책을 줄줄이 내놓던 때였습니다.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JTBC <뉴스룸>의 <권익위 “김의겸, 흑석동 건물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리포트 중 일부다. <뉴스룸>은 이날 5번째 꼭지 <국민의힘 12명 ‘부동산 불법’ 의혹…6명은 농지법 위반>를 통해 권익위 발표를 소개한 뒤 6번째 꼭지 전체를 김 의원 관련 리포트에 할애했다.  

SBS <8뉴스>도 마찬가지였다. <8뉴스>는 <권익위 “국민의힘 12명 · 열린민주 1명,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란 20번째 리포트에 이어 <“김의겸,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사실 아냐”>를 21번째 꼭지로 배치했다. SBS과 JTBC 공히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 나오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김 의원 1명의 의혹을 기계적으로 1대1 비교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반면 KBS와 MBC는 달랐다. 이날 KBS <뉴스9>는 <권익위 “국민의힘 12명·열린민주 1명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리포트를 9번째 꼭지로 배치했고, MBC <뉴스데스크> 또한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 국민의힘 13건·열린민주당 1건> 리포트를 12번째에 배치했다. KBS와 MBC와 달리 SBS와 JTBC가 비교섭단체 의원 중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의원 관련 의혹만 과하게 보도한 것은 아닌지 의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명단 공개 앞둔 국민의힘, 무소속 제외한 권익위 

“그러니까 국민의힘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명단공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정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민주당은 어떻게 했냐 하면 권익위로부터 명단을 전달 받고 지도부가 회의를 했어요. 그리고 명단 공개를 결정하고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를 그다음 후속 조치로 계속 나갔는데요. 

그러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이준석 대표가 이야기한 바가 있어요. 민주당 이상으로 하겠다. 그런데 이 경우는 국민들께서 잊지 말아야 할 사이즈가 큰 분들이 계세요. 박덕흠 의원, 전봉민 의원. 이분들은 국민의힘인데 지금은 무소속이세요.” 

이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한 최민희 전 의원의 지적이다. 맞다. 이날 의아할 수밖에 없는 행태는 또 있었다. 바로 무소속 의원에 대한 조사를 누락한 권익위의 조사 생태였다. 

권익위는 전체 의원 300명 중 탈북 외교관 출신으로 법령상 미공개 대상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고 남은 무소속 의원 9명에 대한 조사는 시작조차 않았다. 정당 소속도 아니고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중 민주당 출신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홍걸·양정숙·이상직 의원이며, 국민의힘 출신은 박덕흠·손언석·전봉민·윤상현 의원 등이다(이용호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 이중 박덕흠·전봉민 의원은 500억 재산을 신고하는 동시에 각각 일감 몰아주기와 부동산 의혹 등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력의 소유자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김홍걸·양정숙·이상직 의원 등 역시 재산 및 부동산 관련 논란으로 탈당한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여야 탈당 의원 대다수가 권익위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끌었던 이들이라 할 수 있다. 

권익위가 전수조사에서 이들 무소속 의원을 빼놓은 것도,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이들 무소속 의원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것 모두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하필 12대1로 주목을 받은 김의겸 의원과 비교하면 더더욱. 또 하나, 김 의원에게 주목한 언론들이 향후 국민의힘의 명단 공개 이후 민주당의 경우처럼 대대적인 후속 보도를 이어갈지 지켜보자.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