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진) 대표는 공직선거과정에서의 공방은 부분적 허위가 있더라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을 선거과정이 아닌 상황에서도 허위주장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꾼 후, 내가 입장을 바꾸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는 일관되게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대폭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같이 주장해왔다.” 

22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의 저격글에 반박하며 주장한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조 전 장관은 “강 대표가 타인을 비판하기 이전에 성실한 점검을 하길 희망한다. 그러지 않고 타인의 글을 거두절미한 후 비난하는 것은 ‘청년’이나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침과 함께 위와 같은 사실 관계의 정정에 나섰다. 

▲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강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과거 조 전 장관이 “시민과 언론은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으므로, 공인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부분적 허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제재가 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고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라며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조 전 장관의 소송전을 이렇게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언론에 대한 대대적인 고소고발을 해왔습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고의, 중과실’을 기준으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이 통과된다면, 조국 전 장관 및 가족 관련 비리의혹 보도와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에 관계된 의혹 보도는 축소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시민의 알 권리는 침해받게 됩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해당 발언이 “2019년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위 문장은 보수 언론과 야당이 나를 공격하는 소재였는데, 이제 진보정당에서도 이를 왜곡 인용하여 비판한다”고 전제한 뒤 과거 본인이 저작물(<조국의 시간> 및 <절제의 형법학> 등) 에서 주장한 ‘공직선거법상 제250조 제2항 허위사실공표죄 및 제251조 사실적시 후보자비방죄’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 이런 주장을 담아 낸 바 있다. 

“기자간담회 전후 가짜 뉴스에 대한 내 입장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있었다. 과거 내 트위터 글 일부를 인용하며 입장이 바뀌었다는 ‘조로남불’ 조롱과 함께. 다시 밝히지만, 나는 졸저 <절제의 형법학 등에서 위와 같은 가짜 뉴스와 악의적 허위사실 보도 또는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허위사실 보도는 형벅적 책임을 져야 하고, 영미식 민사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언론중재법 비판하며 언론에 재갈 물리는 윤석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및 언론 단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진 가운데 진보정당 정치인이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냥하자 조 전 장관이 직접 반박하며 ‘팩트 체크’에 나선 모양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또 다른 팩트체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윤로남불’을 까발리는 CBS 노컷뉴스 보도였다. 

“동서고금 모든 권력자는 깨어 있는 언론의 펜대를 두려워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박종철 사건, 국정농단 사건, 조국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 드루킹 사건, 월성원전 사건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들은 모두 작은 의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입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기자들은 모든 의혹을 스스로 입증할 때까지 보도하지 못함으로써 권력 비리는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대신하여 대통령께 묻는다.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인가? 언론의 자유인가? 아니면 부패 은폐의 자유인가”라며 위와 같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의 이러한 행보는 언론중재법이 내년 대선 판에까지 주요한 변수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묵묵부답”이라 저격한 ‘윤로남불’ 장면은 이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기자들과의 질문 시간에 연출됐다. 당시 기자들의 문답 시간에 “아까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정작 후보님도 가족에 대한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한다고 공지하셨다. 약간 모순되는 것 아닌가?”라는 돌직구성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당황한 듯 꽤 오래 침묵을 지킨 윤 전 총장은 “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받아 본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피해와 관계없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언론사들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인가”란 질문에 윤 전 총장은 “계속 진행할 건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언론사 소송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CBS노컷뉴스 기자는 “(가족 보도 관련 언론사) 고소하신 건 형사처벌 조항이다. 고소하면 이법은 민법이다”라고 지적했고, 윤 전 총장은 곤란한 듯 묵묵부답 일관했다. 

▲ <이미지 출처=CBS 유튜브 채널 '노컷브이' 영상 캡처>

CBS 노컷뉴스가 이날 해당 영상을 공개하면서 윤 전 총장은 ‘내로남불’, ‘윤로남불’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20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기재를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혹 제기와 관련 김씨의 학력 관련 자료를 공개한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기재야말로 학교에 대한 서열평가의 가장 전형적 내면화 사례”라며 윤 전 총장 측의 ‘오보’ 주장을 일축하고 나섰다.   

‘윤석열의 묵묵부답’과 온당한 ‘윤로남불’ 비판 

“저희가 파악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김건희씨는 2004년 한 대학 강사채용에 응모하면서 실은 한림정보산업대(현 한림성심대)에 출강하면서 한림대 출강으로 쓴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실확인 과정 중 교육부를 통해 김건희씨가 한림대 출강 사실이 없음을 확인받았습니다.” (21일 강민정 의원 페이스북글 중 일부) 

이어 강 의원은 “사법부는 논문작성에 참여한 한 여고생의 경험이 체험활동확인서가 아니라 인턴확인서로 기재된 것도 입시공정을 심대하게 해친 일이라 판단하여 실형판결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경력을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근거로 대학 강단에 서고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제적 대가를 받은 행위는 어떻게 판단될까요?”라며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부정 사건 판결과 김씨의 허위경력 기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경력으로 활용되어 다른 경력을 얻는 근거가 되었다면 이건 또 어떻게 판단될까요? 백 번 양보해 캠프 측 주장대로 단순오기라 해도 그걸 일기장에 썼거나 혼자 낙서를 한 게 아니라 공채 필수 제출서류에 썼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더구나 문제의 서류 제출 당시 김건희씨는 과거 경력이 아니라 ‘현재’ 경력으로 한림대 출강이라 기재했습니다. 

이미 3년 이상 한림정보산업대에 출강하고 있었으면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학교명을 잘못 쓰는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상식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대학에서 강의하는 분이.”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일관되게 ‘오기’ 및 ‘오보’ 주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로남불’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그래서다. 경력을 허위 기재한 것도 모자라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오기라는 주장과 함께 보도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윤 전 총장.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온 전직 검찰총장 출신 대선 예비후보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정당한 검증 보도에 대해 소송을 무기로 언론사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일까.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란 윤 전 총장 본인의 자백 아니었을까. 이쯤 되면 온당해 보이는 ‘윤로남불’ 비판은 도리어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닐까.  

▲ 김건희(김명신)씨가 2004년 서일대에 제출한 이력서 . <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 해당 기사 캡처>

▲ <이미지 출처=윤석열 국민캠프 법률팀 페이스북 페이지>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