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기본적으로 존중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유감을 표합니다. 백운규 전 장관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배임교사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그는 한수원(한국수자력연구원)을 압박해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했습니다. 그것이 고의였든 고의가 아니었든 그렇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백운규 불기소 권고 결정, 유감입니다>란 페이스북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최 전 원장이 앞서 이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백 전 장관의 배임 및 업무방해 교사 혐의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매듭질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수사심의위는 전날(18일) 비공개 현안위원회 회의에서 백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해 찬성 6명, 반대 9명으로 불기소 권고를,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위원 15명 전원이 수사 반대를 의결했다. 이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의결을 받아들이는 한편 앞서 지난 6월 검찰이 기소한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는데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감사원장 재직 시절 ‘윤석열 검찰’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던 최 전 원장은 “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기소로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편향됐다는 이유로 제가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직권 소집했”다며 “문재인 정권의 백운규 구하기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만큼 검찰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본인 조부 및 증조부 ‘친일 논란’에도 여지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였던 최 전 원장. 이렇게 그는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문재인 정권의 백운규 구하기’로 규정하며 ‘표적 감사’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과거 본인의 한수원 감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당의 입장은 달랐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또다시 청와대 끌어들인 최재형, 침묵한 윤석열 

이날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해석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원전을 폐쇄했다’는 결론을 윤석열 검찰이 이어받아 실행한 기획 수사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당시 ‘최재형 감사’에 이은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검찰의 억지 수사, 억지 기소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월성원전 가동 중단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합법적 절차로 이뤄졌다”며 “습관성 검찰 고발이 윤석열 검찰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만나 잠시 빛을 보는 듯했지만, 헛발질과 억까(억지로 까기)였음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수진 의원은 “월성 1호기 정치감사 ‘최재형’, 정치수사 ‘윤석열’은 대선 후보 자격없다”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정치적 중립이 목숨 같은 조직에서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월성 1호기 폐쇄 사건을 핑계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두 사람입니다. 

어제 검찰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보니, 이 둘이 월성 1호기 관련 감사와 수사를 양심에 따라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월성 1호기 폐쇄 논란은 최재형 감사원이 북치고, 윤석열 검찰이 장구 치기로 응하면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됐습니다. 직권남용, 배임이라니요. 안전성도 높고, 경제성이 좋은데 정부가 왜 월성 1호기를 없애겠습니까.”

이어 김 의원은 “(월성 1호기는) 하루빨리 폐쇄할 필요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합법적인 결정”이었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이 둘은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 하고,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게 아니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자들”이라며 대국민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 삶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도 모르고, 원전에 대해서 무지한 이들이 국민을 위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을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본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은 대선 후보의 자격은 없습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봤으면, 반성하는 자세로 수용하고 정치감사, 정치수사에 대해 국민들께 사죄해야 합니다.”

▲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좌)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우) 전 감사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두고두고 소환될 ‘정치적 중립 위반’ 멍에 

흥미로운 것은 윤 전 총장 측 반응이다. 대외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윤 전 총장 본인은 물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반면 윤석열 국민캠프는 20일까지 여당 유력 후보인 ‘이재명 때리기’에 올인 중이었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내팽긴 채 ‘탈원전’ 정치감사를 앞세워 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 전 원장과 본인은 다르다고 애써 선을 긋는 모양새라고 할까. 하지만 윤 전 총장 역시 원전 수사의 책임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전지검에서 파견 형식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출신 이원모 변호사가 윤석열 캠프 법률 팀에 합류해 논란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감사원장부터 시작해서 이를 받아 수사했던 검찰총장, 수사검사 줄줄이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정치 감사, 정치 수사였다는 걸 본인들 스스로 공표하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가장 정치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과 검찰을 발판으로 정치행위를 해온 것입니다. 

옛날 정치군인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국민 우습게 아는 엘리트 권력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식으로 검찰과 감사원 조직을 정치로 끌고 들어간 윤석열, 최재형 두사람은 정치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필귀정. 국민에게 냉정한 심판을 받을 겁니다.” (19일 민주당 김종민 의원 페이스북글)

앞서 윤 전 총장은 논란이 된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이 아니다”란 언론 인터뷰 발언을 통해 본인이 지시한 수사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연일 ‘탈원전 망국’론을 설파하며 정부 공격의 우선순위에 ‘탈원전’ 앞세우는 중이다. 

과연 이들이 두고두고 본인들에게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의 멍에를 지울 한수원 감사와 원전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할 기본적인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문이다. 두 후보가 과연 본인 정치보다 국민 안전이나 국가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지도 마찬가지이다. 갈수록 원전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고백 중인 두 사람. 이들은 실제로 ‘탈원전’ 네거티브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걸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