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납세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은 대선 예비후보로서 당연한 책무입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19년 9월 장녀의 강남 아파트 구입을 위해 4억 원을 빌려주고 연이율 2.75%의 이자를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소득세법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의무와 납세의무가 있습니다. 국세청 실무에서도 부모‧자식 간 금전거래에서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합니다. 최 전 원장은 이자소득세 탈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계좌거래 내역과 함께 납세 내역이 있다면 조속히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15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글이다. 앞서 논란이 된 최 전 원장의 장녀 아파트 매입 과정과 관련해 이자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은 이날 <장녀에게 4억 빌려준 최재형, 이자 받고도 소득세 안 냈다> 단독기사에서 “(최 전 원장 장녀가)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세 42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좀 더 들여다보자.

▲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온라인기사 캡처>

“최 전 원장 측은 세법 실무상 부모·자식 간 거래임에도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간 1000만원 내의 이자소득을 상정하기 위해 연 2.75%의 이율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자소득에 대해서도 세법상 소득세가 부과돼 원천징수의무자인 장녀에게 세법상 원천징수의무가 부과되고 원천납세의무자는 소득의 귀속자인 최 전 원장의 배우자가 된다.

최 전 원장 가족은 지난 2년간 422만 8200원의 소득세를 미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원장 측은 실제로 세법을 알지 못해 납부하지 못했고 문제 제기 후 위반사항을 확인한 만큼 미납세금을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세범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고 국세청에 기한 후 신고 및 납세할 경우 가산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보수 야당의 대선 예비후보로서 헌법상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전 원장 장녀 최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홍보 소셜 미디어에 “제 불찰”이라며 “주택 구입 시 대출이 나오지 않아 어머니께 돈을 빌려 이자를 지급하면서 제가 원천 징수를 해야 했으나 제 불찰로 거기까지 신경 쓰지 못 했다. 딸의 잘못이다. 앞으로 더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최재형 캠프 관계자도 15일 서울신문에 “(최 전 원장의) 가족들이 그런 세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납부하지 못했다”며 “(문제 제기 후) 바로 세무소에 연락해 미납세금 고지서를 받았고 오는 17일 납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판사출신이자 감사원장 출신인 최 전 원장의 이러한 ‘법알못’ 해명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알못’ 이전에 그 자체로 도덕성 해이나 준법성 부족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최 전 원장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논란 또한 지속 중이다. 최 전 원장 조부 및 증조부 독립운동 관련 검증 말이다.

▲ <이미지 출처=YTN '뉴스가 있는 저녁' 화면 캡처>

선조 친일 의혹 논란에 이어 장녀 소득세 미납까지

“최재형 후보 집안은 ‘3대에 걸쳐 형성된 품격있는 집안’인 듯 행세했지만, 파헤쳐보니 ‘3대에 걸쳐 형성된 거짓말쟁이 집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재형 후보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란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자신을 홍보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습니다. 그 실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니 오히려 ‘친일 부역자 집안’을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3대에 걸친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최재형 조부 검증(☞관련 기사 : 독립운동가 아니고 친일파? 민문연 “최재형 조상, 지속적 부역”)을 이어가고 있는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대표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 중 일부다.

다수 주류 언론의 침묵 및 외면 속에서도 검증을 계속하고 있는 김 대표는 “조부 최병규는 자신의 1938년 이후 만주행적에 대해 ‘쑥쓰러운 포장’을 했고, 부친 최영섭은 ‘과감한 조작’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바꿔치기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를 받은 최재형 후보의 ‘조작 굳히기’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대선 출마라는 무리수를 둔 것이 실패의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됩니다”라며 “이제 최재형 후보는 조부의 회고록 <사려와 조화>를 전면 공개함과 아울러 3대에 걸쳐 형성된 거짓의 역사를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선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보수‧경제지들이 이러한 김 대표의 검증을 외면하는 가운데 같은 날 <한겨레>는 <친일이냐 항일이냐…최재형 조상의 100년 전까지 검증한 이유>란 기사에서 그간의 검증 및 민족문제연구소의 “최 전 원장 조상은 지속적 부역” 주장, 그리고 최 전 원장 측 해명을 종합한 뒤 “최 전 원장의 할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 한 뒤 이런 평가를 전했다.

“언론이 제기한 친일 의심 행적의 경우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를 정도로 친일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제에 협력한 행위로 의심될 만한 부분이 있어 최 전 대령이 주장하는 독립운동 사례만으로는 향후에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 독립관을 방문해 순국선열유족회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미담 아닌 사실

“지난주 독립운동가 후손 행세를 하는 최재형 후보의 가면이 벗겨졌다. 해방 후 친일파가 독립운동가 행세를 하던 질곡의 역사가 있었지만, 허영심과 출세욕이 가득 찬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이 선대의 친일행적을 세탁하고 독립유공자 후손 행세를 하는 것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블랙 코미디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애국가 4절을 부르는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들’ 글 중에서)

김용민 최고위원과 더불어 현재 여권에서 최 전 원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는 이가 바로 안 의원이다. “최재형 부친이 지난 4월 출간한 회고록을 구입해서 읽었다”는 안 의원은 앞서 최 전 원장에게 조부 및 증조부의 친일 전력 논란에 대해 공개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반면 광복절 행보로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최 전 원장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해야 합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즉시 일본 정부와 대화 노력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두 나라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겠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시작 지점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안타깝다. 최 전 원장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대통령 취임’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간 일회성 해명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물타기로 일관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국민들 앞에 진상을 소상히 알리는 것이 먼저일 터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가공된 미담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뿐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