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어이없는 ‘국민 탓’…‘개·돼지’ 발언과 뭐가 다른가

[하성태의 와이드뷰] 국민의힘 초선 모임 강연자로 나서 “국민 아무것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거리로 나와 외치자. 국민과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만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전하는 방법이 꼭 시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시때때로 있는 선거는 민의를 표출할 좋은 기회건만, 우리는 지금껏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19대 조기대선 당일이던 2017년 5월 9일자 <경향신문>의 '서민의 어쩌면' 칼럼의 제목은 꽤나 거창했다. 무려 <국민에 바란다>였다. 해당 칼럼에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를 염두에 둔 듯, 짐짓 '시위 말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MB가 반값등록금 공약을 지키지 않았듯,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그래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그러면서 이런 당부를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두 달 후 열린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그토록 훼방 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 있었던 두 번의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지 않았다면, 박 정권의 후반기가 그토록 오만할 수는 없었으리라. 당장 2018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2020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것 말고도 각종 재·보선 등이 줄줄이 이어질 테니, 정권을 심판할 기회는 충분하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국민과 대중을 ‘우매’하게 여기는 서민 교수의 어떤 일관성 

흥미로운 것은 다음 문장이었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모든 걸 다 대통령 탓으로 돌리지 말자”며 “대통령이 하는 일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그때 욕하자.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일관성이다. 서 교수는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현 정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듯 싶다. 그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여당을 마음껏 욕하는 중이다. 그게 자기 딴에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라 여긴 듯 싶다. 

또 다른 일관성은 국민을, 대중을 대하는 태도다. 서 교수는 대중을, 국민을 자신의 세치 혀와 가벼운 줄글로 이들을 훈계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우매하다는 믿음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말과 글이 넘실거린다. 2015년 8월 <‘박빠’의 정신세계>란 칼럼에서 서 교수는 이렇게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사모는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반대하는 등 비판할 점은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박빠는 대통령의 뜻이라면 무조건 추종한다. 지금 박 대통령이 나라를 산으로 끌고 가시는 건 물론 본인의 능력 탓이지만, 박빠의 무조건적인 지지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박빠가 위험한 이유다.”

그 일관성 중 으뜸은 몇 년 사이 완벽히 돌아선 ‘좋은 나라의 기준’일 터. 대통령 탓이나 대통령 비판의 기준이 매사 흔들린다. 그 기준이 ‘서민 나 자신의 호불호’이기 때문인 탓이다. 평소 자신을 못생겼다고 비하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엄청난 자기애다. 그런 서 교수가 이번엔 국민 전체를 우매하다며 언론과 정치를 탓했다. 왜 국민 탓을 안 하느냐고. 그것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의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였다.  

어이없는 서민의 ‘국민 탓’ 

“국민 탓을 절대 안 하는 언론과 정치가 문제인 것 같다.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되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편의 잘못에 대해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민주주의 자체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짓만 하고 있다.” (11일 <뉴스1> <서민 “우리나라 국민은 민주주의에 도움 안 되는 짓만 하고 있다”> 기사 중)

이날 국회에서 열린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 강연자로 나선 서 교수가 국민들을 비난한 이유는 뭘까. 단순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질 않으니까. 무슨 얘기냐고? 이날 서 교수는 짐짓 국민의힘의 무능을 지적하는 듯 하며 반대로 국민들을 ‘비정상’이라며 적으로 돌려 세우는 오만을 부렸다. ‘국민은 개돼지’ 발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망언’ 수준이었다. 하다 못해 이런 발언도 나왔다.   

▲ 서민 단국대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에서 '보수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서민 단국대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명불허전 보수다' 모임에서 '보수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뉴스1>에 따르면, 서 교수는 이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안 오르는 것은 국민 탓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의) 잇단 악재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고, 이 지지율이 문재인 정권이 막 나가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국민 탓’이라는 서 교수. 그의 말을 뒤집으면 온갖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윤석열 검찰’이란 삼위일체의 온갖 공격 속에서도 현 정부가 버티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힘’이라는 말이 된다. 

지난 정부 당시 평소 칼럼에서 ‘반어법’을 즐겨 쓰던 서 교수가 이번에도 반어법을 구사한 것이 아니라면, 언론과 보수야당을 향해 ‘대통령 지지자들을 공격하라’는 ‘조언’을 남발한 서 교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서 교수는 또 “박근혜 정부 때도 30%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지만 최순실 파동 때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지지율이 5% 이하가 됐다. 이것이 정상”이라며 이런 가정법을 동원했다. 

“보수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이 나라와 국민에게 부끄러워졌다는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이 정권에서 벌어지면 아마도 월급도 안 받고 그런 일을 하다니 좋은 것 아니냐며 그 사람(최순실을) 영웅시하는 일이 만들어지고 지지 철회도 안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을 일삼는 이를 강연자로 세운 국민의힘은 이른바 ‘조국흑서’ 저자라면 무조건 환영이었던 걸까. 지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필두로 검찰의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던 서 교수는 ‘윤석열 검찰’의 ‘청와대 수사’는 별다른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청와대의 개입이 확실해 보이고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단정한 뒤 “이런 것이 민주주의 파괴 아니냐. 이런 사건에 대해 국민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야당에 (정부·여당과) 싸워보라고 하며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내내 보수언론이 맹렬히 물어뜯고, 보수야당이 보이콧을 일삼으며, 심지어 대통령이 임명한 윤 총장이 검찰정치를 일상화한 현 정국을 냉철히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비호감’ 야당을 철저히 심판한 것이 바로 지난 총선의 ‘민심’이었다. 이런 민심에 완전히 눈을 감은 서 교수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국민 탓’ 운운하는가. 서 교수는 <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5년 전 ‘경향’ 칼럼에서 박 전 대통령을 이렇게 조롱한 바 있다. 마치 5년 전 서민이 5년 후 서민에게 전한 예언과도 같은 글이었다. 어떤 일관성을 자랑하는, 가벼운 언사가 ‘별로 변한 것이 없는’ 5년 후 서민이 곱씹어야 할.    

“한 사람을 비판할 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변했다’는 말을 많이 쓴다. 물론 이 말이 그리 좋은 말은 아니다. 나 역시 ‘뜨더니 변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하지만 남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사실이 아님에도 변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알기에 박 대통령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에겐 변했다는 말보다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더 치명적인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야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야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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