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맨얼굴이 작금의 ‘尹 검찰’인데 길들이기라고?
“현재 검찰총장은 법률적 근거 없이 장관급으로 대우 받고 있습니다. 행정 각부에 소속된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산림청 등의 장은 일반적으로 차관급의 대우를 받고 있으나, 검찰총장만 관행적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특권이며, 올해 초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검찰청과 경찰청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견제와 보완을 할 수 있도록 대등한 지위를 유지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김용민(남양주 병) 의원이 29일 발의한 ‘검찰특권 내려놓기 법’의 취지다. 이날 김용민 의원은 이를 위해 “검찰총장이 검사 인사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고 검찰의 파견과 겸직 금지하여 법무부와 검찰간의 총괄 직제를 무시하는 문제점과 과도한 대우를 막고자 합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검찰청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확실히 파격적이다. 현 장관급인 검찰총장의 대우를 차관급으로 격하시키는 것은 물론 검찰총장의 검사 인사 개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 아울러 ‘검찰특권 내려놓기 법’에 정부 각 부처나 소속 청까지 전방위에 걸쳐 파견된 검사들의 파견과 금직을 아예 금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주목된다.
이 모두 검찰의 권한 줄이기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전날(28일)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것을 입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최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청법 상 총장의 ‘개별’ 수사지휘권이 불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총장이 사건 지휘를 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도 지휘할 사건이 없다. 지휘하려고 해봤자 지휘할 사건이 없는 구조가 된다. 다만 지금처럼 총장이 검사를 지휘하는 상황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야말로 검찰 조직에 대한 거의 유일한 민주적 통제 수단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입법을 통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줄여나가는 조치다. 물론 이런 논의조차 현재 같은 과도기에만 유효하다. 검찰개혁이 최종적으로 이뤄진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검찰은 기소권만 가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면 수사권 통제나 지휘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총장, 검찰 힘 빼기’ 실질적 궤도 돌입하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시절 이미 예고됐던 법무부의 ‘검찰 힘 빼기’가 사실상 본궤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날 법무부 산하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은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할 것, 고등검사장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하고 수사 검사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을 것”을 권고했고, 29일 법무부는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라고 화답하며 검찰개혁위의 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인사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던 것과 달리 향후 검찰인사위원회가 간접적으로 의견 제시하도록 해 검찰총장의 인사 권한 축소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법무부 역시 ‘검찰 힘 빼기’에 세부적인 안을 제시하며 가속화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28일 <세계일보>의 <법무부, 대검 차장검사급 자리 없앤다.. 행정·정책 부서화 가속> 단독 보도를 보자.
“법무부는 대검의 차장검사급 자리인 선임연구관이나 기획관, 정책관 등의 자리를 축소할 방침이다. 검찰청법 15조에는 ‘대검에 검사를 검찰연구관으로 둔다’고 명시돼 있을 뿐 직급은 따로 정해놓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차장검사급이 이 자리를 맡아 왔다. 이들은 검찰총장을 보좌하고 검찰사무에 관한 기획·조사 및 연구를 담당해 왔다.
검찰의 직제상 차장검사는 없지만, 법조계에서는 지청장과 지검차장 검사, 대검 기획관 등을 차장검사로 지칭한다. 일선 지검의 부장검사보다 선배나 상급자 개념으로, 이들이 대검과 지검의 업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그 다리가 끊어지는 셈이다.”
김용민 의원의 ‘검찰특권 내려놓기 법’이 검사의 각 청 파견과 겸직을 금지시킨다면, 법무부가 추진 중인 대검찰청 직제개편안은 대검 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직위를 대폭 축소시키는, 역시나 ‘검찰총장 권한 분산’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대변인인 정영훈 변호사는 이런 설명을 내놨다.
전근대적 검찰 인사 개혁을 위해
“사실 장관에게 형식적으로 인사를 심의하는 게 아니라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면서 실제로 하도록 하라고 권고를 했고 거기에 대해서 위원들 구성이나 이런 부분들에서 많은 권고를 했습니다. 이번에 또 위원장은 호선하도록 하고 이 검찰인사위원회가 법무부 장관도 통제하도록 만들었고요. 그리고 이런 부분이 있고 통제를 했다는 부분과 장관과 총장 간에 얼마 전에 굉장히 불미스러운 국민 보기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습니까?
이게 전 근대적이라고 봐요. 두 분이 만나 가지고 호텔 같은 데서 은밀하게 검사장이나 검사의 인사에 대해서 논의한 후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서면으로 검사 인사위원회에 제출함으로 국민이 감시할 수 있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전근대적인 검찰과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국민이 감시할 수 있는 검찰 사이. 어떤가, 일견 납득이 가지 않은가. 반면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나 일부 일선 검사들은 이러한 검찰개혁위원회의 총장 권산 분한을 두고 법무부의 검찰 길들이기라 반발하고 나섰다.
과연 그럴까.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맨얼굴이 작금의 ‘윤석열 검찰’의 현재다. 윤 총장이 조국 수사에서 보여줬던 것이 바로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의 진면목이요, ‘검언유착’ 사건에 있어선 최측근 감싸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검찰 고위 인사 역시 윤 총장 취임 당시 특수통 검사들을 채웠던 것이 지난 1년 ‘윤석열 검찰’의 모습이었다.
반면 검찰개혁위원회의 개혁안이나 김용민 의원의 검찰청법 개정안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과거 전근대적인 인사를 막기 위해 절차를 강조한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위원회 개혁안의 경우, 지난해부터 꾸준히 권고해 왔던 기조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전근대적인 검찰의 개혁이란 원론에 충실한.
그럼에도 ‘정권의 검찰 장악’ 운운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권이나 특정 진영에 줄서기 하지 않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검찰개혁의 길이 이렇게나 멀고 힘겹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