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KBS 출연이 문제라면

[신문읽기] 그럼 패스트트랙으로 기소된 전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은? 

“KBS는 얼마 전 최(강욱) 대표를 출연시켜 조(국) 전 장관 문제를 파헤친 언론 보도를 비난하도록 했다. 피고인이 공영방송에 나와 자신과 관련한 보도를 비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오늘(15일) 조선일보 사설 <형사 피고인 격려하고 출연시킨 대통령과 KBS>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선일보는 “최(강욱) 대표는 총선 당선 후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확실하게 알도록 갚아 주겠다’”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공영방송이 형사 피고인에게 변명 자리를 깔아주고 대통령은 격려 전화까지 하는 것을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형사 피고인’의 방송 출연이 문제라면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저는 ‘피고인이 공영방송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조선일보가 이 부분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기준’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만 적용하는 건가 – 이 질문은 드리고 싶네요. 

사실 ‘검찰 기소’는 사법적 영역이 아닙니다. ‘검찰 기소=유죄’가 아닐뿐더러 우리는 지금까지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목격해 왔기 때문입니다. ‘검찰 기소’만으로 어떤 사안이나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피고인이 공영방송에 나온 게’ 문제라는 조선일보의 ‘기준’이 설득력과 정당성을 가지라면 ‘그 기준’을 다른 정치인들에게 적용하는 게 온당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과연 그랬을까요? 

제가 기사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이런 의원들’이 그동안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정치적 소신’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 넉 달만인 2일 황교안 대표와 함께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 검찰은 의원 신분이 아닌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은재·정갑윤·이만희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3명과 보좌진 2명은 회의장 점거 등을 현장 지휘하거나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해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곽상도·김성태·김태흠·장제원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0명과 보좌진 1명은 앞선 경우보다 정도가 약하다며 약식기소했다.” (한겨레 2020년 1월2일 <검찰 ‘패스트트랙’ 황교안·나경원 등 한국당 의원 23명 무더기 기소>) 

전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기소 및 약식기소된 의원만 23명입니다. 이 중에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가 당선된 의원들도 있습니다. 기소든, 약식기소든 23명의 ‘전현직 의원들’은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조선일보 기준에 따르면 ‘이런 분들’이 방송에 나오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은 것이고, 당연히(!)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한 정도의 비판은 해야 하는 게 온당한 태도죠. 그런데 과연 그랬나요? 그러지 않았습니다. 

▲ 최강욱 열린민주당 신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인사를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최강욱 열린민주당 신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인사를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패스트트랙으로 기소된 미래통합당 당선인들의 방송 출연은 괜찮나?

다음과 같은 인터뷰 기사에 대해 조선일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이유입니다. 

<김태흠 “안철수, 뜬금없어”>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2020년 5월5일)  
<[인터뷰] 장제원 “국민들, 변화 원해…원내대표 출마 여부 고민 중”> (JTBC 2020년 5월1일 ‘전용우의 뉴스ON’) 
<곽상도 “청와대, 황당하다고? 내가 황당. 김외숙 수석 관련 팩트로 답하라”> (MBC 라디오 ‘시선집중’ 2020년 4월29일) 
<송언석 “홍준표-김태호 복당? 국민의당까지 중도보수 한마음 돼야”> (MBC 라디오 ‘시선집중’ 2020년 4월16일)

KBS MBC JTBC 등 방송사들이 인터뷰 한 사람들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이 기소 또는 약식기소한 정치인들입니다. 조선일보 표현대로라면 이들은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인데 ‘이런 정치인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게 온당한 태도일까요? 

물론 이들 의원들이 방송에 출연해 ‘자신과 관련한 사안’에 모두 반박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피고인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얘기하는 게 온당한 것인가 – 저는 조선일보가 최강욱 대표를 비판한 기준이라면 ‘이들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약식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기소된 정치인들은 앞으로 법정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하는 ‘피고인’입니다. 그런데 공영방송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방송사들이 ‘형사 피고인에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넘겨 주는 게’ 온당한 태도일까요? 

제 의견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오늘(15일) 사설에 따르면 ‘이런 비판’을 하는 게 일관성 있는 태도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사설까지 동원하며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조선일보가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기소된 미래통합당 당선인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언론의 비판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지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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