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수사 지시한 이유

[기자수첩] ‘윤석열 총장 사퇴’는 조중동이 원하는 카드일 수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중간보고를 받은 뒤 수사 지시를 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검찰에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늘(20일) 중앙일보 10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검찰, 청와대·여권 겨냥 수사에 속도…21대 국회 전 승부?>입니다. 이런 관측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중앙일보의 희망사항’을 지나치게 방점을 찍어 기사화 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중간보고를 받은 윤 총장이 ‘검찰에 유리해졌다고 판단했다’면 굳이 수사까지 가는 과정을 거쳤을까요? 그럴 필요 없이 ‘감찰’ 단계에서 결과를 발표했을 겁니다. 자신의 통제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대검 감찰본부가 아니라 인권부에서 ‘감찰’할 것을 지시했던 윤 총장이 아니었습니까.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여당의 총선 압승 의식한 결과? 그 ‘이상’의 것이 있다 

그럼 왜 중앙지검 수사를 지시했느냐? 그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윤 총장의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사건 수사 지시와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나온 ‘해석’ 가운데 하나가 총선을 의식했다는 겁니다. 21대 총선이 끝난 직후 곧바로 나온 수사지시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지난 17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21대 총선 과정에서 입건된 당선자가 무려 94명입니다. 4명은 불기소 처분이지만 나머지 90명은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당선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수밖에 없고,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뿐인가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기소 여부도 검찰이 조만간 결정해야 합니다. 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올해 초 기소된 여권 인사들도 이번 주부터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슨 얘기냐? 앞으로 검찰이 주요하게 수사에 방점을 찍어야 할 사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권과 관련한 사안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선자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 의석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정작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선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납득하리라 보시는지요. 가능성 제로입니다.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여권 인사를 비롯해 정치권에 대한 본격 수사 앞두고 있는 검찰 

이뿐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총장 입장에선 자신의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 수사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물론 검찰에 고발된 건은 윤 총장이 부인과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현직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서 침묵한다? 여론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역공 받기’ 딱 좋은 상황이 되는 겁니다. 

윤 총장 입장에선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게 아닐까 – 저의 해석이 이렇습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현재 여권 일각에서 ‘윤 총장 사퇴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이건 무리수라고 봅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 총장을 사퇴시키는 것 자체가 검찰은 물론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데다 ‘윤 총장 사퇴 압박’이 여권에서 나올수록 보수언론에 의해 윤 총장 입지만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미래통합당이 총선 패배 후 ‘별다르게 이슈를 제기할 게 없는 상황’인데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 될수록 여권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중동이 만세 부를 상황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자진 사퇴론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 이춘재 기자는 지난 17일 <‘거취 논란’ 윤석열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에서 “윤 총장이 사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 멘트를 인용했는데요. 이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전망을 했더군요. 

“윤 총장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임기를 채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옷을 벗더라도 당당하게 벗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후배 검사들에게 어떤 총장으로 남느냐가 그에겐 중요하다.”

정말로 그가 스스로 사퇴를 할 것인가 –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윤 총장이 이번 총선 이후 본인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 총장 사퇴’는 조중동이 원하는 카드일 수도 있다

저는 이럴 때일수록 윤석열 총장을 가만히 놔두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이춘재 한겨레 기자가 지적했듯이 “정치쟁점화 될수록 윤 총장의 몸값은 더욱 올라”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찰이 여권을 비롯해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교과서적으로’ 하면서 검언 유착 의혹 등과 관련해서 ‘물타기’를 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땐 검찰이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굳이 지금 시점에서 윤 총장을 흔드는 무리수를 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채널A-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할 예정인데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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