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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취재윤리 강조했던 언론, 어디로 갔나[기자수첩] 황우석 파문 때 ‘PD수첩’ 융단폭격했던 보수 언론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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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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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2  11:39:02
수정 2020.04.02  1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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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PD수첩 취재팀이 ‘황우석 교수가 검찰에 곧 구속될 것’이라는 거짓말로 황 교수팀 연구원들에게 겁을 주면서 ‘협박취재’를 했던 사실을 MBC가 시인하고 對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거짓말로 연구원들을 협박하면서 황 교수의 연구결과를 부인하는 證言증언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5년 12월5일자 사설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황 교수 구속된다”며 협박 취재한 MBC PD수첩>입니다. 이른바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연구에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제작진이 ‘강압취재’ 한 것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황우석 파문 때 ‘PD수첩’ 취재윤리 위반 … 강도 높게 비난했던 언론들 

당시 이 같은 비판에 대다수 언론이 동참했습니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경향신문과 한겨레부터 조중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PD수첩’ 비난에 열을 올렸습니다. 

물론 비판받을 부분이 분명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MBC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PD수첩’ 비난에 동참한 상당수 언론은 정작 ‘PD수첩’이 제기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의혹에 대해선 주목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PD수첩’ 취재방식을 문제 삼아 추가적인 의혹 보도를 하지 못할 정도로 ‘융단폭격식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선일보 사설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이른바 조중동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조금만 더 살펴볼까요. 

“MBC PD수첩이 황 교수팀 연구원들을 상대로 강압적인 방식으로 취재했다는 말은 지난달 22일(2005년 11월) PD수첩이 황 교수팀의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을 보도했을 때부터 나왔다 … MBC는 한국 생명공학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수 있는 보도를 하면서도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탈선적인 방법으로 취재를 했던 것이다.” (조선일보 2005년 12월5일 사설) 

“비전문가인 방송이 심증만 갖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함부로 재단하려고 시도한 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취재 목적을 속이고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것도 드러났다. 이는 취재윤리에도 한참 어긋난 일탈행위다.” (중앙일보 2005년 12월5일자 사설)

“취재 과정에서 제작진이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 선정적 ‘PD저널리즘’과 방송의 ‘권력의식’에 빠져 황 교수팀의 윤리 문제를 제기한 MBC가 쏟아지는 비난을 막기 위해 사운을 걸고 무리한 결론으로 몰고 가려던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동아일보 2005년 12월5일자 사설) 

특히 동아일보는 2005년 12월5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황교수 죽이러 여기 왔다”>라고 했는데 이는 ‘PD수첩’ 제작진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자극적으로 뽑아 왜곡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고 했던 동아일보

인상적인 건, 당시 동아일보가 ‘PD수첩’ 제작진을 향해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이 기준과 논리대로라면 전 신라젠 대주주 이철 씨와 관련해 취재윤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채널A 파문’의 경우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는’ 행태를 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채널A 이모 기자는 이철 씨에게 △여권 인사의 관련성을 먼저 제보하지 않을 경우 검찰의 더 가혹한 수사를 받을 거라는 압박성 발언도 했고, 제보를 하면 검찰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까지 했죠. 

‘황우석 파문’ 때 ‘PD수첩’ 제작진이 했던 것과 비교하면 채널A 이모 기자의 ‘행태’는 더 심각했습니다. 더구나 ‘PD수첩’의 경우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만 문제가 됐지만 ‘채널A 파문’의 경우 취재원 협박은 물론 검찰과 언론간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아직은 의혹이긴 합니다만 해당 기자가 검찰의 수사 일정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를 해야 할 대목입니다. 실제 채널A 기자가 이를 사전에 알고 취재원을 협박했다면 이 자체가 중대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조선일보식 표현대로 “‘황우석 교수가 검찰에 곧 구속될 것’이라는 거짓말로 황우석 교수팀 연구원들에게 겁을 준” 당시 ‘PD수첩’ 제작진에게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며 융단폭격식 보도를 가했던 당시 언론들 – 특히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들이 ‘채널A 파문’을 보도하는 걸 보면 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탈선적인 방법으로 취재를 했던 것”이라며 ‘PD수첩’ 팀에 맹공을 가했던 언론이라면 채널A 기자의 ‘취재행위’에 대해 더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는 게 일관성 있는 태도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른바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논란을 보도하는 보수언론 – 조선·중앙일보는 ‘황우석 파문’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과하지 않을 만큼 태도를 돌변합니다. 

물론 이런 태도 돌변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 당시 ‘황우석 파문’ 때만 해도 YTN의 ‘청부 취재’ 의혹과 취재윤리 위반이 불거졌을 때 조중동을 비롯해 기성 언론이 보인 태도는 ‘PD수첩’ 제작진에 보인 반응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축소·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채널A ‘취재윤리’ 논란을 다루는 조선·중앙일보의 이중잣대…동아는 ‘침묵’ 

이번 ‘채널A 취재윤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2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장모 이어 측근… 親조국 세력, 집요한 ‘윤석열 몰이’>입니다. 채널A와 취재윤리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기사는 더 가관(?)입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를 등장시키더니 “그렇다면 비리를 취재한 것이 아니라 수사 방식을 취재한 것인데, 이(철)씨 측 부탁으로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게 아닌가”라며 추측성 보도를 내놓습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2일) 8면 기사 제목이 <‘채널A·검찰’ 녹취록에 여권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입니다. 중앙일보는 “검찰의 예봉을 꺾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법무부 등이 합세해 윤석열의 검찰과 각을 세우고 흔들기를 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탈선적인 방법으로 취재를 했던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취재 과정에서 제작진이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고 맹공을 펼쳤던 당시 언론들 – 지금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무엇보다 “취재원들에게 공갈 협박을 한 것은 공갈사기범죄나 다름없다”며 당시 ‘PD수첩’을 비난했던 동아일보가 ‘채널A’ 취재윤리 문제에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건 보기가 좀 그렇습니다. 채널A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을 좀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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