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조남준 작가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을 다룬 시사 만화 <반민특위전 청산의 실패, 친일파 생존기>를 출간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동안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되었던 특별기구이다. 설립 초기에는 악질 친일파들을 잡아들일 것 같았지만 친일파와 자유당, 이승만 등이 장악한 권력에 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조남준 작가는 우리 사회에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는 권력을 역학조사해보면 그 위에는 반민특위의 실패가 있다며 오늘날 왜 이런 권력구조가 되었는지 원인을 찾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민특위의 실패로 되살아난 친일파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구조에서 수십 년 동안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민특위 실패는 현재 진행형이고 언론개혁, 사학재단 개혁의 그리고 최근의 검찰개혁까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조남준 작가는 쏟아지는 친일 망언,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연구하는 학자들 등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는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역사의 변곡점에 있었던 반민특위의 실패를 기억하고 아직도 남아 있는 친일청산을 위해선 언론개혁도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만화가 조남준 작가 <사진제공=조남준 작가>

다음은 조남준 작가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 1948~1949년 활동한 반민특위

Q <반민특위전>을 출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70년 전 역사인 반민특위를 책으로 낸 이유는 우리 사회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조사와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배하는 세력에 대한 역학조사로 감염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Q 책을 출간하고 혹시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반민특위를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만화로 만들어져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 좋다고 해요. 집까지 2시간 동안 교통을 타고 가면서 책을 읽었더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고. 뭐 다들 좋은 반응입니다.

Q 책을 출간하고 협박 같은 건 없었나요?

반민특위전과 상관없지만 예전에 SNS에서 밀양 할아버지가 내 멱을 따버리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협박 같은 거 환영해요. 밤길 협박도.

Q 반민특위, 언론개혁, 사학재단, 지금의 검찰개혁까지 비슷한 싸움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의 모습이 닮은꼴인데 왜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반민특위, 언론개혁, 사학법, 검찰개혁이 전부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배세력에 대한 개혁인데요. 1948-49년 반민특위에 대한 친일파들의 저항은 암살만 추가된 우익단체 시위, 모략, 경찰 공권력 진압, 간첩단 조작, 언론을 통한 여론전, 뇌물 등 후대 모습의 집대성이었어요. 2002년 DJ 정부에서 조중동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언론개혁을 진행했는데 언론탄압이라며 강한 반발을 했고 개혁은 실패했죠. 일제에 가장 친일 했던 언론이 아직도 한국의 중심 언론이에요.

2005년에는 참여정부가 사학재단 개혁을 시도했지만 야당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쳐 이것 역시 실패했습니다. 사학재단의 비리가 만연했었고 이승만 정권 때 친일세력들은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사학재단을 설립했기도 했죠. 

2019년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시도했지요. 세계 유래 없이 강한 대한민국 검찰 권력은 일제 때 식민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일본의 검찰보다 조선총독부의 검찰을 더 강하게 만들어 놓은 데서 시작됐어요. 공수처법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아직 성공 실패를 결론 낼 상황은 아니죠. 올해 총선 결과에 따라 성공 또는 실패할 수 있어요. 

언론 검찰 재계 정치인이 권력의 카르텔이고 핵심입니다. 교육 학계 문화예술 군경 종교 등이 카르텔에 뿌리처럼 뻗어있어요. 진보적인 정부마다 항상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학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아요. 맨 위 상위 권력인 정부만 바뀌어서는 제대로 된 권력이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이승만과 반민특위는 어떤 관계이고 왜 반민특위를 와해 시켰나요?

우리나라 대통령 탄핵 1호는 박근혜가 아니에요. 임시정부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탄핵 1호죠. 
해방 후 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여의도 공항에 도착할 때 이승만이 마중 나가긴 했지만 웃음과 악수 뒤에 발톱을 숨겼을 거예요.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김구의 불출마로 이승만은 단독 후보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지지기반이 미약하고 다음 선거에 떨어질 확률이 높았어요. 제헌국회에는 소장파가 더 많았고 국회와 이승만은 충돌했어요. 
이승만은 친일세력의 지지기반을 필요로 했고 친일파들은 생존을 위해 이승만을 필요로 했어요. 이승만은 친일파를 기반으로 권력을 구축해 나가죠. 반민특위는 당연히 이승만에게는 있어서 안 될 존재였어요.

▲ 첫 공판이 열리던 1949년 3월 28일 서울 정동에 있었던 재판정은 많은 사람이 몰렸다.

Q ‘위안부 매춘부, 반민 특위는 국민 분열..’ 친일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 이러한 늪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뼛속부터 친일파도 있겠고 정당에서는 자신들의 정책과 행동을 정당화해야 하니까요. 변명을 하기도 하고 이론을 정립하기도 하고 말이죠. 여러 논리와 설명으로 부족하니까 정당성을 찾기 위해 결국은 친일 발언까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식민시대를 찬양하거나 옹호하면 형사처벌해야 해요. 프랑스에서는 친나치 발언 시 형사처벌하고 있어요.

Q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과거 청산이 우리와 비교된다. 책에서도 소개되었는데 프랑스는 어떻게 과거 청산을 했나요? 그리고 왜 우리는 프랑스처럼 못 할까요?

프랑스는 드골의 친나치 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파리 해방과 더불어 나치 부역자들을 처벌하기 시작했어요. 단 지금도 처벌된 나치 부역자 수를 정확히 집계하지 못하는 이유는 드골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각 지역마다 정식재판도 없이 레지스탕스에 의해 나치 부역자들이 처벌됐기 때문입니다. 1만 명에서 10만 명가지 여러 연구결과가 있지만 대체로 3-4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1997년 프랑스에서 백발 노인이 법정에 섰는데 유태인 1600 여 명을 아우슈비츠에 보냈던 프랑스 고위관리였어요. 뒤늦게 나치 협력 전력이 밝혀져 처벌이 이루어진 거죠. 

반대로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미군정이 3년 동안 신탁 통치하면서 친일부역자들을 인재의 부흥이란 이유로 처벌은커녕 관공직에 중용시켰어요. 이게 프랑스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죠. 
두 번째는 친일파를 지지기반으로 삼은 이승만 정부의 집요한 방해였어요. 친일파 처단에 의욕이 있을만한 지도자들은 살해되었고 경찰과 군대를 장악한 이승만 정부가 국회를 무력화했어요. 세 번째 지역적 정치적 단절이에요. 해방 직후 친일파 처단이 돼야 할 시기를 놓치고 38선과 반공 등 정치적 혼란으로 여러 악재가 많았죠.

▲ 반민특위 조사부 위원들.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들을 이용해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는 등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했다. 반민특위는 결국 1년여 만인 1949년 9월 31일 해산되고 만다.

# 반민특위의 실패가 오늘날에 미치는 영향

Q 반민특위의 실패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어요. 왜 인가요?

이들이 왜 친일을 했을까. 친일의 대가로 그들은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소유했어요. 자신이 안락한 의자에 앉기 위해 같은 민족을 가시방석에 앉힌 거예요. 지금 친일 1세대는 남아있지 않아요. 2세대 3세대가 물려받은 부와 권력과 땅을 가진 자들이죠. 현재 진행형으로 친일파를 없앤다기 보단 친일파가 남겨놓은 부와 권력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친일파들이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떤 근거가 있는가요?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지금 통합당의 뿌리는 자유당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통합당이 일본 아베 정부와 짜고 움직이듯 기막히게 일치된 모습을 과거부터 유지돼온 친일파여서라고 말하긴 곤란해요.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반일도 되고 친일도 됩니다. 지금 현 정부를 무력화하고 재집권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과 주장이 아베와 일치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다면 언제든지 반한, 일본에 유리한 입장에 동조하는 게 친일부역자들의 특징입니다.

Q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한국 식민지를 연구한 학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주로 어떤 주장을 펼치고 이것이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펴고 있나요?

30년 전에 낙성대연구소 이영훈 교수 등이 일본 도요타로부터 지금 돈으로 치면 3-4억을 받아 식민지 연구를 진행했어요. 지금도 일본 돈을 받아 연구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지원금 수십억을 받아 식민지 연구를 했어요. 그들의 주장은 ‘강제징용은 없었다’거나 ‘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 또 ‘식민지 통치로 인해 근대화가 되었다’ 같은 일본 극우의 논리와 같아요.

낙성대연구소는 십여 명의 연구위원이 있는 걸로 알아요. 반일 종족주의 책 등을 통해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이들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아요. 들은 이야기로 주말에 광화문 근처 서점에 가보면 나이 많은 신 분들이 책 한 권씩 사간다는 거예요. 
대표적인 친일부역자로 반민특위에 검거된 박중양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했어요. 이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곳곳에 있어요. 

친일 학자들은 뉴라이트 이름으로 2000년대부터 모습을 드러내더니 본격적 활동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학사 역사교과서였죠. 2013년 교학사 교과서는 뉴라이트 진영의 처참한 실패였어요.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미화와 독재자 옹호 논란에 휩싸이자 전국 모든 고등학교가 채택을 안 했죠. 당시 우여곡절 끝에 겨우 10여 개 고교 정도만 채택하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교학사를 적극 지원하며 나섰어요. 그러나 여론에 밀려 결국 1개의 고등학교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았죠. 박근혜는 이를 갈아요. 

이듬해 박근혜는 역사교과서를 선택이 아닌 강제로 채택시키는 국정교과서로 바꾸죠. 뉴라이트 학자들로 구성된 집필진을 꾸리는데 집필진의 구성 명단은 비밀이었어요. 수능시험문제도 아니고 교과서 만드는 사람들을 비밀로 했어요. 

# 희망을 그리는 만화가

Q 만화가로서, 사회에 어떤 인물이 되고 싶나요?

만화를 처음 시작할 때 만화를 통해 사람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려고 했어요. 계몽주의라고 할까요. 연재를 시작하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걸 바로 알았어요. 그림 그릴 때마다 내가 계몽된 거에요. 

지금 시사만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시사만화가는 태평성대가 오면 먹고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친일파세력, 통합당이 살아있는 게 반가워요. 물론 농담입니다. 시사만화 외에도 음식, 칼럼, 인생, 사랑 등 여러 가지 만화를 그려왔어요. 소박한 바람은 시사만화가 말고 그냥 만화가로 불러졌으면 좋겠어요. 

▲ <반민특위전 : 청산의 실패, 친일파 생존기> 조남준 / 한겨레출판

Q 지금은 어떤 작품을 작업하고 계신가요?

그냥 만화가로 불러달라면서 지금 준비 중인 게 친일잔재에 대한 시사만화예요. 인문을 떠날 수 없네요. 다른 건 등산 만화를 준비 중예요. 
전 세계 만화가 중에 나보다 산을 많이 다니고 나보다 높이 올라가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Q 만화가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은?

최저임금부터 검찰개혁까지 극렬한 저항에 부딪치면서 최전선에서 누구와 싸웠나. 바로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언론개혁이 모든 개혁의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께서 이 점을 잘 알리라 생각해요. 

Q 못하신 말씀이 있나요?

반민특위가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 꼭짓점이었다고 생각해요. 
반민특위가 임무를 완성해 친일청산을 이루었다면 4.19혁명 5.18민주항쟁 6.10항쟁..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반민특위를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발뉴스 탄생 때부터 응원하고 있어요. 
요즘처럼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할 때 책 많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효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