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가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밤 <스트레이트>는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 편에서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의 2013년 ‘사문서 위조 사건’, 2015년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2011년 ‘사업가 정대택 씨와의 분쟁 사건’ 등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최 씨는 부동산업자 안모 씨와 경기도 성남의 도촌동 땅에 공동으로 투자해 이익을 나누기로 하고 350억에 달하는 잔고증명서 4장을 허위로 만들었지만 어떤 수사도 받지 않았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또 2015년에는 파주의 한 요양병원이 의료법상 불법인 수익보장 투자를 유치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 가운데 검찰의 수사망에서 빠져나간 사람은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 씨가 유일했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특히 <스트레이트>는 사업가 정대택 씨와의 분쟁 사건 관련해 “검찰 수사도, 법원 재판도 미심쩍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씨는 2003년 부동산 사업자 정대택 씨와 함께 채권 투자에 뛰어들었다. 정 씨가 투자 정보를 가져오면 최 씨가 초기 계약금을 대는 방식의 동업이었고, 법무사 백모 씨가 입회한 가운데 이익이 나면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까지 썼다. 하지만 실제로 50억 원이 넘는 이득이 생기자 두 사람은 갑자기 소송전에 돌입한다. 최 씨가 강압에 의해 ‘약정서’를 작성했다며 정 씨를 강요죄로 고소한 것.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결국 정대택 씨는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2008년 8월 출소했다. 하지만 법무사 백 씨가 “이익을 나누자”는 약속을 어긴 건 최 씨였다고 양심선언 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백 씨는 이 같은 내용의 자수서를 검찰에도 제출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생각에 정 씨는 이 자수서를 근거로 최 씨를 처벌해달라고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최 씨를 불기소 처분했고, 도리어 정 씨를 무고죄로 기소했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스트레이트> 엄지인 기자는 “법무사의 고백 뒤에 정 씨가 (윤 총장의 장모) 최 씨를 다시 수사해 달라고 고소했는데 그 사건의 진행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며 “특히 항소심 재판이 1년 반 정도 미뤄지는 기간이 있는데 이 때 담당 판사가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나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이 사건을 맡은 동안 재판이 아예 이뤄지지 않다가, 판사가 바뀐 후에야 재판이 재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용주 기자는 “재판이 뭔가 충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졌다는 건 고소인 측도, 윤 총장의 장모도 똑같이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판사가 왜 그렇게 재판을 미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그렇다면 과연 윤석열 당시 검사는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을까. <스트레이트>는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이 부분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 취재에 응한 이들은 최 씨의 사위가 윤석열 검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 씨도 종종 사위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윤 총장은 그간 장모 사건과 관련해 줄곧 ‘모른다’고 선을 그어왔지만 최 씨와 거래했던 이들은 윤 총장이 장모 최 씨에게 재판 준비까지 꼼꼼하게 조언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스트레이트>는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지난 2011년 동업자였던 정대택 씨와의 분쟁이 극에 달했을 땐, 당시 예비 사위였던 윤 총장에게 누가 될까 염려해 (최 씨가) 결혼 날짜도 미뤘”고,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역시 사위에게 설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 출처=MBC '스트레이트' 방송 영상 캡처>

해당 리포트를 마무리하면서 앵커 조승원 기자는 윤 총장을 향해 “장모님 관련된 사건, 제대로 들여다보셨나. 정말로 한 점 의혹도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윤 총장은 과거 정부에서나 지금도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면서 누누이 ‘수사에 성역은 없다’라고 강조해왔다”고 상기시키고는 “그렇다면 막강한 힘을 가진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라고 해서 이 원칙에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거다. 의혹이 크고 많으면 일단 조사를 해봐야 한다. 우리 모두는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남편 관련 MBC 보도 반박.. “피고인이 원해서 재판 연기”

<스트레이트>가 윤석열 총장 장모 사건을 다루면서 해당 재판을 담당했던 김재호 판사를 거론하자, 나경원 의원은 10일 SNS를 통해 ‘공판기일변경명령서’를 공개하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 <이미지 출처=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나 의원은 “판사가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킨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연기해준 것”이라며 “이것만 읽어보아도 피고인이 원해서였음을 알 수 있음에도, (MBC가) 또 다시 왜곡보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런 가운데 전날 시민단체가 나 의원을 예고한 대로 검찰이 아닌 경찰에 11차 고발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 재임 시절, 채용‧예산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나 의원과 SOK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것.

대표 고발인으로 나선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나 의원이 자신의 비리문제들에 대해서는 공개 토론도 거부하고, 제대로 된 해명도 설명도 사과도 안 하면서, 각고의 탐사 끝에 정당한 보도를 한 공영언론과 공익적으로 고발에 나선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음해와 명예훼손, 거짓 내용 퍼트리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검찰이 10차 고발에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나경원 의원이 온갖 비리문제들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꼬집고는, 아울러 나 의원에 재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