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영 외교장관 회담이 영국 측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됐다.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타(代打)로 나온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면담했다 … 공식 예고된 외교 회담이 ‘개인 사정’으로 취소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명백한 ‘외교 결례’인데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선일보 2월28일자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英서 박대당한 강경화 “국제사회가 한국 신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처>

강경화 장관 영국에서 박대당했다며 맹비난했던 조선일보…정정은 없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매우 무능력하며 △영국과 무리하게 외교 일정을 잡으려다 ‘사고’를 일으키게 만든 당사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영 외교회담 불발을 두고 외교가에선 ‘한국이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에 아무 관심 없는 영국을 무리하게 초청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이 기사 – 오보로 판명 났습니다.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건 당시 영국 외교장관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로 자가 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오늘(3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기사를 한번 볼까요. 

“1일 BBC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주 몸에 이상을 느끼고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의 권고에 따라 자가 격리를 했다. 영국 외교부는 라브 장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업무에 복귀했다고 1일 밝혔다.” (동아일보 18면 <강경화 회담 취소 英외무 “자가격리 중이었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온라인판 캡처>

‘무리한 일정으로 영국에서 박대당했다’며 날 선 비판을 하고, 성일종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까지 등장시켜 “강 장관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맹비난했던 조선일보 – 이 정도 되면 해당 기사에 대해 ‘최소한의 정정 또는 바로 잡습니다’ 정도는 내놓아야 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지면엔 정정이나 사과는 없습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조선일보 – 이렇게 타이틀을 바꾸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논란이 제기되는 기사는 또 있습니다. 오늘(3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중국 주민들, 한국 교민 집 각목으로 막고 못질>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일단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한번 보시죠. 

“중국 지방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외지에 온 사람들에게 14일 동안의 격리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이 한국 교민의 집 출입구를 각목으로 가로막은 사례가 나왔다 … (교민) A씨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그가 집에 들어가자 문 앞에 각목을 받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왜’가 빠져 있는 조선일보 ‘한국인 각목봉쇄’ 기사 

조선일보 해당 기사는 ‘반쪽자리’ 기사입니다. 연합뉴스가 어제(2일) 보도한 <中주민들 한국인 집 ‘각목봉쇄’..격리이탈에 ‘항의’>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주민들이 벌인 일로써 지정된 격리 호텔을 이탈해 집으로 돌아간 우리 국민의 행동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늘(3일) 동아일보도 <한국 교민 집 정문… 中주민, 각목으로 봉쇄>(20면)에서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이 교민이 호텔 격리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지정된 격리 호텔에서 나와 아파트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이 흥분해서 과격한 행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 기사에는 ‘왜’가 빠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한 중국인들의 행동도 문제이고 저 역시 지나친 행동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정확히 써야 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니 조선일보는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지정된 격리 호텔에서 중국인이 나와 자신의 아파트로 그냥 돌아왔다면? 가정이긴 하지만 저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해당 중국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코로나19’와 관련해 논란이 된 언론 보도는 이 외에도 적지 않습니다. 어제(2일)만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보도한 <환자 돌보던 의사 졸도… 간호사 “사명감만으론 못버텨”>(2면) 기사를 두고 무리한 기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 뿐인가요. 국민일보가 지난 1일 보도한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기사는 간호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해당 기사는 어제(2일) 국민일보 15면에 <“코로나 걸리기 싫어” 집단 사표 낸 간호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온라인기사 캡처>

간호사들이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보도 … 언론의 사과는 없다 

실제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어제(2일) 성명을 통해 “포항의료원 간호사라고 밝힌 이의 말에 따르면, 간호사 16명은 병원과 합의 하에 사직한 것이고 오히려 사직 날짜보다 일을 더 하고 갔다고 한다. 기사에서 표현하는 ‘무단결근’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포항의료원과 경북도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을 선택하기까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포항의료원 분회가 2일 발표한 성명 가운데 일부입니다. 저는 이 말을 언론에게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습니다. 방역 전선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힘들게 하는 보도를 하지 않는 것. 그게 도와주는 겁니다. 제발 ‘쓸데없는’ 보도는 그만하기 바랍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