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어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이다.”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28일 발표한 입장문 제목이다. 정교모는 “지금 대한민국은 정부는 없고,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와 같다”며 “(정권이)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자국민에게 돌리고 책임론의 화살을 피하려고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을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는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셈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정교모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국 퇴진’을 주장하며 회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은 바로 그 모임이다.

정교모가 이렇게 국민적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세월호까지 언급하며 ‘강성’ 주장을 이어갔고, 같은날 <조선일보>를 비롯해 <뉴데일리> 등 극우보수 매체들이 이를 보도했다. ‘조국 사태’ 당시 손발을 맞춘 것과 동일한 형국이었다. 해당 기사는 29일자 <조선일보> 온라인 판의 인기 기사 1위였다.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정부의 대응을 과하게 비난하는 이런 주장은 정교모 뿐이 아니었다. 같은 날 <중앙일보>의 <나라 전체가 세월호다>란 제목의 ‘안혜리의 시선’ 칼럼 역시 정교모의 입장문 못지않았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온라인판 캡처>

침소봉대·팩트 왜곡에 여전한 ‘중국’ 집착

“애초에 이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에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를 거치며 감염병 대응 경험까지 쌓은 의료진들은 치료제 없는 이 병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려면 진원지에서 들어오는 감염원을 최대한 차단해 우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간곡히 청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맨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러곤 국민에게 예정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고 평소처럼 외부 식당을 이용해 회식하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전문가 의견에 귀를 닫아 국민은 감염원에 다 노출시켜놓고, 청와대는 진작부터 물샐 틈 없이 철저하게 소독했다. 그 시절 무고한 학생들에게 ‘가만있으라’고 권하고는 혼자 유유히 빠져나갔던 세월호 선장처럼.”

노골적으로 삼성을 편들고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우민화’라 조롱했던 안혜리 논설위원이 이번엔 정부를 ‘세월호 선장’에 비유했다. 6년 전 진짜 ‘세월호 선장’과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던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중앙’은 어떤 죽비를 내렸었는지 궁금해지는 칼럼이 아닐 수 없다. 안 논설위원도 그걸 모르진 않았는지 이런 문장도 추가했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을 문제 삼으면서.

“세월호 때 정부, 아니 정확히는 청와대의 부재를 분초 단위로 추궁하던 지금의 집권 세력은 지역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연일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이 시국에도 한 달 넘게 마스크 수급 하나 제대로 해결 못 하는 철저한 무능으로 무고한 국민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휴일인 29일 오전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50사단 장병들로 구성된 육군 현장지원팀이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안 논설위원은 또 “중국엔 호기롭게 방호복 10만 개를 넘겨주더니 정작 대구의 방역 현장 의료진더러는 ‘방호복 대신 가운 입고 진단하라’는 지침을 내린다”며 “어쩌다 우리는 정부가 아닌 가수 아이유가 방호복 등 부족한 물품에 쓰라며 의사협회에 1억원을 전달하는 모습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하나. 이쯤 되면 국가는 왜 필요하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까지 주장했다.

전문을 읽어보면, 총체적 난국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소봉대와 일방적 주장, 진영 논리가 난무했다. 방호복 10만개만 해도 그렇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1월 말 정부의 결정을 ‘대구 신천지’발 확산이 사태를 키운 지금에와 비판하는 것은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방호복 대신 가운 입고 진단하라’는 정부의 권고 역시 일부 보수언론이 침소봉대했던 기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해당 권고 자체가 범학계대책위원회와 협의해 결정된 사안이요, 매번 착탈의를 감수해야 하는 방호복의 애로 사항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는 사실과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표현 상 오해가 있었다는 보건복지부 해명이 이미 나온 상태다. 하지만 이 칼럼은 이러한 시중의 오해를 사실인냥 호도해 버렸다.

‘코로나19’ 사태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그런 비교가 가능하려면 최소한 사태를 키운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중앙’의 이 칼럼은 모든 것을 ‘중국 편을 든 정부’ 탓으로 돌리는 한편 ‘대구 신천지’발 확산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무턱대고 정부 탓이라면서 심지어 이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교묘하게 ‘주장’과 바꿔치기 한다.

“우리는 중국이 아니다. 중국에 조공 바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속국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치료 대신 입막음으로 속절없이 자기 나라 국민을 희생시킨 중국의 전철을 애써 자청해서 밟고 있나. 우리 국민 쓰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마스크와 방호복을 왜 여전히 중국에 못줘 안달인가.”

▲ <이미지 출처=경남도민일보>

세월호까지 팔아먹는 중앙의 인면수심

애초에 이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조장한 이들이 누구인가. 지역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무책임한 선동으로 일관했으며, 급기야 마스크로 구독자 올리기에 혈안이 돼왔던 것이 바로 ‘중앙’ 아니었던가. ‘중앙’의 보도 참사를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과연 그런 ‘중앙’이 코로나 사태를 세월호 참사와 비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국민 안위에는 아랑곳 않고 중국만 바라보고, 장관들은 그런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으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이 100만을 넘기며 나라 전체가 세월호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세월호의 비극은 그때 한번으로 족하다.”

해당 칼럼의 마무리는 이랬다. 과연 어느 국민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세월호의 비극과 비교하는가. 자격은 둘째 문제다.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앙일간지 중 하나라면,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을 자각한다면, 이런 부정확하고 선동으로 가득 찬 칼럼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애쓰는 일을 멈춰야 마땅하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세월호”란 문장을 고민할 시간에, ‘문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에 매크로를 이용한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는 ‘팩트’ 체크를 한 번 더 하시길. 또 하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그 시간동안 재난과 국민 안전을 제 이익에 이용한 세력들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작동할 것이다. 그때도 ‘중앙’이 세월호 운운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듯싶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