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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위기 신촌명물 ‘홍익문고’ 찾아가니..박세진 대표 “개발논리에 명소 사라져”…2천여 주민 사수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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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유진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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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22  18:58:45
수정 2012.11.23  14: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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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 홍익문고 ⓒgo발뉴스

신촌의 유서 깊은 랜드마크, 홍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 서점 범람 등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53년째 자리를 지켜 온 홍익문고가 재개발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2대째 홍익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박세진 대표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서점을 지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22일 서울시와 홍익문고 등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서점 건물이 포함된 창천동 18-36 일대 4597㎡에 상업·관광숙박 시설을 만드는 ‘신촌 도시환경 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 대한 공람을 진행 중이다. 이 계획대로 되면 홍익문고 건물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최대 100m 높이의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홍익문고가 새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계속하려면 약 30억원의 건물 신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박세진 대표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0억 낼 여유도 없고, 낼 수 있다 해도 서점 경영이 어려운데 임대주지 누가 서점을 내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개발 되면) 1년 반~2년 정도 서점 문도 닫아야 하는데 그것은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과 같다”며 “개발 논리나 자본 논리 때문에 종로 피막골 해장국 집이니 서울의 명소는 다 없어져버렸는데, 더 이상 오래되고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순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의 위협에 홍익문고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크다. 홍익문고에서 23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성호 과장은 “혼란스럽고 황당하다”며 “20년 넘게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인데 갑자기 실업자가 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홍익문고에는 20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최고 28년까지 5~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박 대표는 “선친(박인철 사장)께서 4명을 지키라고 했는데, 그 4명이 손님, 직원, 출판사, 가족이었다”며 “홍익문고는 매출이 줄어들었어도 직원들 급여는 1년에 4만 5천원씩 2번 인상하는 등 복지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들을 해고할 생각이 없으며 홍익문고를 지킬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도서정가제, 서점 생활문화로 토착화 필요

박 대표는 동석한 <이야기 한국사> 등을 출판한 청하출판사 이상용 회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열악한 도서시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했다. 이상용 회장은 “과거엔 서점이 여기(신촌로터리)만해도 8개, 주변엔 수십 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 있는 서점도 없어질 판국”이라며 “2000~3000개가 있던 거래서점이 60여 군데로 줄어들면서 출판사도 함께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홍익문고 박세진 대표와 청하출판사 이상용 회장 ⓒgo발뉴스

박 대표는 도서시장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으로 “도서정가제가 무너진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서점은 책장사에서는 본전만 하고, 주식가치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시중 서점은 이로 인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책 할인 부작용은 과도한 책값 상승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많다”며 “인터넷 서점이 재고떨이 도서를 출판사들 등골 휘게 후려쳐서 70%, 80%씩 할인해서 받고 50%씩 할인해서 파는 것, 자기네들이 홍보비 받은 책들만 노출시켜주는 배너시스템들이 도서시장과 도서문화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서점과 도서문화의 정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서점이 생활문화로 토착화 돼 찾는 사람도 많고 헌책방 서점 주변 카페에 책을 사서 읽고 있는 사람들로 꽉 찼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부족해 정부가 후원과 지원을 통해 그런 풍토 자체를 길러야 하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신촌 인근 대학에 다니는 딸을 보러 왔다는 50대 한미정씨는 “파리 같은 데 여행가면 오래된 서점이 관광지가 된다”며 “서점에 와서 보면 오래 지난 책도 발견할 수 있고, 직접 책 만져보고 고르는 시간이 중요한데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홍익문고 내부 ⓒgo발뉴스

한편, 홍익서점은 53년째 신촌을 지키며 ‘만남의 장소’이자 ‘지역의 대표적 문화사랑방’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때는 영등포, 당산, 남영, 동대문 등에 분점을 내고 번창하기도 했으나 사업악화 등을 이유로 분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본점도 재개발 위기에 처해 64개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등 2000여명은 자발적으로 모여 홍익문고 지키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서점 하나를 지키려는 게 아니다. 지역문화, 책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구청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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