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부산 중구 비프광장을 방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외국인 임금 차별 제도화’를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배치될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이고 증오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임금 차등 지급’을 주장했다. 

그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며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법개정을 통해 당에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의 제111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에도 국적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여러 국가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위반돼 국제무역 관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황 대표의 주장에 전우용 역사학자는 SNS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인들도 똑같은 논리로 식민지 노동자를 차별했다”고 역사를 짚었다. 

전 학자는 “내국인과 외국인 간 임금 차별이 제도화하면, 외국인 고용이 늘고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내국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증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 학자는 “부도덕한 권력은 필요에 따라 이런 증오감을 교활하게 자극한다, 순박했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학살자가 된다”며 “이게 일본에서 관동대학살이 벌어진 경위”라고 역사적 교훈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전 학자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한 것은, 20세기 ‘대학살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국제법에서도 명시한 이유를 짚었다. 

그러면서 전 학자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국민 전체가 반인륜 범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은 “기가 막힌다”며 “왜 그러면 안 되는지, 그렇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이라는 걸 하는지 모르겠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김 소장은 “불안이나 공포를 자극하고, 혐오감정에 기대는 거 말고 이들이 할 줄 아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고 탄식했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도 “인권의식도 문제지만 이럴 경우 고용주들은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해서 일자리가 내국인에게 덜 돌아가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을 맥락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법무부장관 출신 제1야당 대표의 소신은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을 모두 위배하고 이주민은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형평이라는 그의 편협함과 무식함은 인권을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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