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3일 별세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노회찬재단이 24일 서울 시청 8층 다목적실에서 창립식을 겸한 창립 공연을 열어 공식 출범한다. 

노회찬재단은 지난 연말 인가가 나온 데 이어 4일엔 법원 등기가 완료되어 법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출범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 지난 8일 서울 마포역 근처에 위치한 노회찬재단 사무실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승수 노회찬재단 설립 실행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승수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조승수 노회찬재단 설립 실행위원장 <사진=이영광 기자>

- 24일 노회찬재단 설립을 앞두고 계시잖아요. 보름 정도 남았는데 준비는 잘 되어 가시나요? 

“재단 설립은 지난 연말에 인가가 나왔고 법원 등기는 1월 4일 자로 완료가 되어서 법적 지위를 확보했고요. 첫 이사회는 14일 진행하기로 했고 24일 창립식을 겸한 창립공연을 일종의 문화제 같은 형식으로 하게 됩니다. 그동안 짧은 기간이기도 했지만, 저희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움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진행해 온 거죠.”

- 창립공연을 문화제 형식으로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런 재단이나 단체를 만들었을 때 흔히 기념식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데 저희는 이 재단이 설립되었다고 알리기도 하지만 그동안 재단 설립에 마음을 모아주신 많은 분이 함께 노회찬 의원님을 생각하고 정서적 교류를 하는 장이 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어요. 그래서 김조광수 감독이나 오규민 감독 등 이른바 진보진영 문화 예술계 분들이 기획팀을 꾸려 진행하게 됐고 프로그램 대부분이 물론 재단의 설립 추진 경과라든지 이사장 인사말이 있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회의형식이 아닌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 중심으로 짜게 됐습니다.” 

“깊이 있는 정책 내용이 바탕, 탁월한 소통능력으로 국민 아픈 곳 대변”

- 노회찬 의원은 문화인이시기도 하셨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을 거 같은데.

“맞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자유인, 평화인, 문화인이라는 수식어가 있고 평소 문화를 사랑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문화 프로그램 위주의 창립 행사가 더 맞겠다는 생각도 내부에서 했었습니다.” 

- 재단 창립식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누구든지 후원회원이 아니어도 평소 노회찬 의원님 생각하셨던 분이나 아니면 행사 프로그램 보고 싶어서 오셔도 되고요. 누구든지 오실 수 있습니다. 400석 규모 생각하거든요.” 

- 재단 설립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7월 23일 갑작스런 비보를 듣고 황망스럽게 5일간의 장례식이 있었잖아요. 장례식 초반 하루 이틀은 정신이 없는 상태로 지나가다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노회찬 의원님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는 거 아니냐? 뭐라도 해야 하고 정신을 이을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자연스럽게 얘기가 됐어요. 몇몇 분들이 7월 말부터 모임을 하게 됐죠. 어떤 형태가 좋고 어떤 내용과 사업을 할 건지 초기 논의를 하며 추진 단위가 만들어졌죠.”

- 초기 논의에서 어떤 이야기 나왔나요?

“초기 논의에서 일단 이걸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 사업하는 게 필요하고 그러려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데 어떤 형태가 좋을 건지죠. 형태에 대해 얘기를 하고 만약 만들어지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냐죠. 초기에 여러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왔어요. 한가지 사업만 꾸준히 하자는 분도 계셨지만 대부분은 재단법인 형태로 단체를 만들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체로 동의를 했죠.” 

- 노 의원님이 돌아가신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 갑니다. 돌아가신 날로 돌아가 보고 싶은데 처음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7월 23일 오전 10시가 좀 넘었어요. 저는 그때 울산 집에 있었어요. 제가 오전에는 주로 TV를 뉴스 채널에 고정해서 듣습니다. 뉴스를 켜놓고 차 마시며 오가는 도중 갑자기 화면에 자막이 뜨더라고요. 처음엔 도대체 뭔 말인지 몰라서 멍하다가 한동안 얼어붙었죠. 오보일거라 생각했어요. 처음 뉴스 나온 게 ‘노회찬 의원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투신 했다’라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는 생각과 세상이 정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그럼 마지막으로 만나신 건 언제예요?

“6월 20일 예전에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인천 지역 민주 노동자 연맹이라는 조직의 옛동지들이 정기적으로 하는 모임이 있거든요. 그 모임을 서울에서 했던 때 뵈었죠. 사실 그때 전 여행 가려고 준비하며 서울 와서 모임 참석했어요. 그다음 날 여행 떠났는데 노 의원님께 여행 간다고 했더니 잘 다녀오라고 한 기억도 나고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죠.” 

- 위원장님이 기억하는 노회찬 의원은 어떤 분이었어요?

“28년 정도 함께한 세월이었고 주요한 정치적 활동을 함께 공유했어요. 2004년 민주노동당이 처음 원내 진출했을 때 같이 국회도 들어갔기 때문에 저에게는 동지이자 선배이자 스승이자 형 같은 분이라고 할 수 있죠.” 

▲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4일 충주시의원 선거 사선거구에 출마한 채선병 후보 지원 유세 후 채소를 팔러 나온 상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노 의원님과 사이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낚시도 가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만 진보정당은 2000년 이래로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많은 변화 가운데 여러 판단들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약간의 시간적 차이가 있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한 번도 진보정치와 진보 노선에 대해서 이견이 존재하지 않고 같이 해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뿌듯한 기억이죠.” 

- 노 의원님은 해학과 풍자를 소유하고 유머러스한 정치인이셨잖아요. 그래서 국민들은 나라에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분이 계셨다면 그 사건에 대해 어떤 말씀을 주실까란 생각을 하며 그분의 빈자리가 크다는 걸 실감하는데 위원장님은 어떤 때 노 의원님 빈자리를 느끼시나요?

“많이 느끼죠. 요즘 제 버릇 중 하나가 여러 고민이 생겼을 때나 판단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노 의원님이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예요. 특히 최근 정치권이나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얘기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국회 같은 경우 선거 제도를 둘러싸고 거대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과거 했던 약속조차도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보이는 데 과연 노 의원이 계셨다면 제대로 일갈하시고 뭔가 이 국면을 바꿔낼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시지 않았을까 해요.

그리고 최근 대체 복무제가 생겼잖아요. 양심적 병역 복무는 노 의원님이 많은 노력을 국회에서 하셨던 분인데 대체 복무 형태가 일반 병사들의 두 배 넘게 3년 동안 교도소 안에서 합숙하며 근무하는 형태는 또 다른 형벌이지 대체 복무인가 해요. 또 파인텍 노동자들의 장기 농성도 있고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는 사회 이유가 많은 데 이때 노 의원님이 계셨으면 조금 더 국민과 소통하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분명히 제시해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노 의원이 계셨다면 선거법 개정에 대해 뭐라고 하셨을까요?

“사실 1인 2표제로 바꾼 게 노 의원이잖아요. 저희가 원외 민주노동당 시절에 했던 것인데 노 의원님은 누구보다 독일식 정당 명부제 같은 선진적인 국회 선거 개혁에 앞장서 오셨기 때문에 현재 지지부진한 형태에 대해 대단히 분노하지만 역시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가 타협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제시해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 노 의원은 유머러스하고 해학과 풍자가 있는데 그럴 수 있었던 힘은 뭘까요?

“노 의원님은 누구보다도 보통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거죠. 또 그것은 단지 가볍거나 우스운 말이 아니라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면서도 아주 쉽게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셨던 거죠. 그 능력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치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양과 깊이 있는 정책적인 내용을 평소 끊임없이 고민하고 학습해온 과정이 기본으로 되어 있었죠. 또 거기에 진보정치가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근엄하고 원칙적이고 모범 답안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정서와 언어를 눈높이에 맞도록 전달하고 그들의 아픈 부분을 대변해 내는 탁월한 소통능력이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노회찬 정신’이란 걸 이야기하는 데 ‘노회찬 정신’은 무엇일까요?

“한 세 가지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 의원 정도의 경력과 능력이라면 거대 정당으로부터도 유혹이 있을 수 있어요. 거대정당에서 편하게 할 수도 있는 분이지만 한평생 노동운동부터 시작해서 진보정당 운동을 일관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길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일관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신념에 바탕을 두면서도 책임 있는 정치죠.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국민과 소통하면 그들의 아픈 부분을 대변하고 현실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타협할 수 있죠. 그러나 그건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유연성이나 타협도 얼마든지 가능한 신념과 책임성의 큰 두 축이 ‘노회찬 정신’이라고 생각하고요.

하나 덧붙인다면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과 아픈 사람, 그리고 소수자들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그들을 대변하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해왔기 때문에 어렵고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고자 했던 마음이 ‘노회찬 정신’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2005년 12월27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X파일의 진실, 이대로 묻히나’ 토론회에 참석한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상호 MBC 기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민들 여전히 진보정당에 희망‧기대 갖고 있어…빈자리 메울 것”

- 노회찬 의원은 심상정 의원과 함께 정의당의 상징적 인물이셨어요. 물론 사람을 안 키운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적 인물이라 노 의원 별세 후 정의당 힘을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는데.

“어쨌든 진보정치에 적잖은 인물이 있기는 했지만, 작년 7월까지 한국 정치에 노회찬·심상정으로 상징되어 왔고 그분들 역할이 컸기 때문에 한 축이 무너져서 정의당 힘의 약화를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데요. 한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의당의 최근 지지도가 10% 가까이 유지되는 건 그만큼 국민들은 노 의원님이 안 계시는 하지만 여전히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폭넓게 가지고 계신다고 보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메꾸는 게 저희 재단의 일이고 남은 사람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회찬재단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노회찬재단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져서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저희는 크게 세 가지 사업과 한가지의 기획사업을 생각하는 거예요. 우선 노 의원님이 그동안 말로써 표현했던 바가 일부 출간되었지만 출간되지 않은 내용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자료를 정리해서 자료집과 문집 형태로 준비가 필요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정치인 노회찬이 우리 사회에 가졌던 비중이나 의미가 상당하고 이야기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노회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평전이죠. 그래서 자료화와 평전이라는 아카이브 작업이 있고요.

두 번째 노회찬 정신과 뜻을 이어간다는 것은 아무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노회찬의 정신과 뜻을 이어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2 제3의 노회찬을 기를 수 있는 정치학교가 있겠죠. 물론 그건 정치인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청소년일 수도 있고 일반 시민일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정치 교육을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요,

세 번째 노 의원님이 평소 국민 누구나 악기 하나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과 과정을 거쳐서 가능하고 한국 사회 비전에 대한 공론의 장을 제공하려고 하고요. 또 많은 분이 제안하셔서 ‘노회찬상’이든 ‘6411상’이 되든 노회찬 의원님 뜻을 제대로 이어가고 역할 하는 분들에게 주는 상을 제정해서 지속적인 사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노회찬재단 홈페이지 캡처>

-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단은 후원회원으로 운영하는데요. 재단 홈페이지(http://hcroh.org)도 있고 재단 사무실로 연락 주셔도 되고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능력과 조건에 맞게 재단에 후원할 수 있습니다.” 

- 목표가 있나요?

“재단이 출범하는 1월까지 5천 명을 목표로 하고 1주기인 1월까지 1만 명 목표로 하는데요. 아직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근접하여 도달해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노회찬 의원님을 소개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노 의원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재단 후원에도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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