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도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에 연내처리 무산 위기에 놓였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 소관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산안법 개정안을 재심의 했으나 자한당이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더 해야 한다’며 반대해 결국 의결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이해당사자들 의견을 지금까지 1년을 들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들으라는 거냐”며 “(법 개정을) 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금 시각에도 공전만 계속됨에 따라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운데)를 비롯한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산안법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한 긴급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환노위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이 같은 소식에 “죽은 아이 앞에서 고개를 들고 싶다. 그러려면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살인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회피하고 보고만 있느냐”고 분개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또 다시 시간을 끌다 죽음을 막는 법을 무산시킨다면 오늘 직접 눈으로 목격한 국회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행동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 번 이번 임시국회 내 약속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지난 7월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정부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수렴은 이미 진행됐다”며 “심지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 전 공청회와 여야 간사 협의 등을 거쳐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 등의 의견 수렴도 이미 마쳤다”고 상기시켰다.

정호진 대변인은 “더 이상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자는 것은 핑계일 뿐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만약 탄력근로제 확대와 연계해 법안 처리를 하겠다는 속내라면 이 또한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죽음의 외주화에 마침표를 찍자면서 한편으로는 합법적 과로사 도입과 연계하자는 것인데 모순도 이런 모순은 없다”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앞에 국회는 그 어떠한 전제조건도 달아서는 안 된다”고 자한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김용균법’ 연내처리를 위해 여야 모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국회의 진정 어린 애도의 표현은 김용균법 연내 통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한당의 몽니에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참 이럴 순 없지 않습니까?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님 뵐 낯이 있습니까? 세상 어디에 위험을 외주화해야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답니까? 자유한국당, 어디까지 본색이 드러나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