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리 경제인을 국외 사절단에서 배제한다는 정부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과 함께, 과거 재판 도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다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들의 사례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오늘자(18일) 한겨레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뇌물공여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처럼 특별사면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에 굳이 이런 기사를 내보낼 이유가 있느냐고 반론을 펴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이재용 특별사면 우려’ 기사는 오늘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 가운데 한겨레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 … 최소한의 우려도 표명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는 어제(17일)도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것을 비판했습니다. 재밌는(?) 건 조중동을 비롯한 경제지들의 태도입니다. 

이들은 재벌총수의 이번 방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방북 논란’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17일)는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청와대 비서실장) 발언을 최소한이나마 언급은 했지만 오늘(18일) 지면에선 이마저도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언론 지면과 방송 화면에선 ‘이재용 방북 논란’은 없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포함되면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경우 남북 경협은 속도는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을 언론이 주목하는 건 당연합니다. 실제 상당수 언론이 이런 점에 비중을 두면서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우려도 표명하지 않는 언론은 상당히 문제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지상파 방송과 종편에서 ‘이재용 특별사면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언론은 한겨레 정도입니다. 저는 ‘한국 언론의 이런 비대칭성 보도와 불균형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롯데·포스코·KT 회장은 경제사절단 배제 … 불거지는 ‘삼성 특혜’ 논란 

어제(17일) 한겨레가 지적했지만 “지난해 6월 미국 경제사절단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 포스코 권오준 회장, KT 황창규 회장, 부영 이중근 회장이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습니다. △국정농단세력과의 정경유착 △총수의 배임횡령 혐의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인한 검찰고발 등이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한겨레는 “11월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에서도 롯데와 포스코가 비슷한 이유로 배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제공 혐의로 1·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포함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법·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인은 대통령 경제사절단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비판과 함께 ‘삼성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이런 부분’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재판은 재판대로 엄격하게 진행되고 일은 일이라 생각한다”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싶지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자(18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 잠깐 인용합니다.

“과거 재판 도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다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들의 사례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당시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정몽구 회장은 900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2007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9월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최태원 회장도 1조9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2005년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2년째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두 회장은 4대 그룹 몫으로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47명에 포함됐다.” 

물론 아직 특별사면과 관련해 확정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역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던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들어 활동 범위를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자(18일) 한겨레 표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와의 접촉면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조선일보 “이재용 방북 교육 참석, 낮은 자세로 문재인 정부에 좋은 이미지 주려”

그런데 많은 언론의 무게중심은 <삼성 이재용·LG 구광모 첫 방북… 한반도 新경제구상 박차>(서울신문) 혹은 <첫 방북 이재용-구광모 ‘특별과외’ 받아> 쪽에 찍혀 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북 교육 참석에 대해 “낮은 자세로 문재인 정부에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려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재계의 평가를 싣기도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 행보를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연결시켜 보려는 조선일보의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첫 날이기 때문에 언론의 방점이 ‘남북 경협’에 실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그런 쪽으로 실리는 것과 ‘삼성 특혜’ ‘특별사면 우려’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임종석 비서실장 말을 빌리면 “방북은 방북이고 특혜와 우려 논란은 언론이 비판해야 할 대목”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겨레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 언론은 ‘삼성 특혜’ 논란은 물론이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서도 침묵합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언론의 비대칭성과 불균형 보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