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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사라진 ‘삼성전자 은폐 의혹’[기자수첩] 통화 녹취록에서 확인된 삼성 은폐의혹, 언론은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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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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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3  08:13:21
수정 2018.09.13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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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일어난 삼성전자 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의식 불명에 빠졌던 50대 직원이 오늘(12일) 숨지면서 사망자가 두 명으로 늘었습니다. 사고 당시 소방 당국과 삼성전자의 통화 녹취록을 저희가 입수했는데, 삼성전자가 상황이 끝났으니 출동할 필요가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제(12일) SBS ‘8뉴스’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에 일부입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사고와 관련해 삼성 측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SBS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당시 삼성전자 측의 대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황 종료돼 119 필요없다’고 했던 삼성전자 … 사고 사실 은폐하려 했나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삼성전자가 아닌 환경부 쪽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처음 듣게 됩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 삼성전자의 신고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이 ‘삼성전자에 연락했지만 삼성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전화를 끊었다’며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로 상황을 문의해온 겁니다.

금시초문인 경기 소방은 직접 삼성에 전화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 19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119가 출동해야 되냐’는 소방의 질문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측은 ‘상황이 종료돼 소방 출동이 필요없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24분 뒤 소방 당국은 다시 삼성에 인명 피해 여부를 물었습니다.

삼성은 ‘3명 정도 피해가 발생했고 2명은 의식이 돌아와 병원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명이 사망하고 2명은 의식 불명에 빠진 상황이었습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SBS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이 연락했을 때 삼성전자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서 확인차 전화를 했을 때도 삼성 측은 ‘상황이 종료돼 소방 출동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삼성전차 측이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제(13일) JTBC ‘뉴스룸’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뉴스룸’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신고 직후인 (지난 4일) 오후 4시 8분 119상황실이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과 나눈 통화 내용입니다. 119에서 상황을 묻자 안전원은 ‘삼성전자에 전화를 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합니다. 

119상황실은 5분 뒤 삼성 기흥사업장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산화탄소 사고 관련해 출동이 필요하냐 묻자 삼성 측은 ‘상황이 종료됐다’며 ‘출동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20여 분 뒤 기흥사업장 방재실에 다시 연락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물었습니다. 인명피해 상황을 묻자 삼성 측은 ‘3명 중 2명의 의식은 현재 돌아와 병원에 있다’ 말했습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통화 녹취록에서 확인된 삼성 은폐의혹 … 하지만 언론엔 ‘삼성은폐’가 없다 

JTBC와 SBS는 사고 발생 직후 삼성전자와 환경청 관계자, 119상황실이 주고받은 통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보도했습니다.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삼성 측이 당시 사고 상황을 은폐하려 한 의혹이 더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겨레 역시 지난 12일자 13면 <삼성전자 “사고 상황 끝” 발뺌에 재난본부 ‘2시간 뺑뺑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의 ‘삼성전자 기흥공장’ 보도엔 은폐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로 사망자가 2명으로 늘었다”는 단순 사건 사고형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사건 발생 초기 ‘삼성 늑장 대응 의혹’에 대해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언론들이 여전히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는 셈입니다. 많은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제목만 간단히 소개합니다. 

<삼성전자 가스누출 사망자 2명으로 늘어…부상자 1명 8일만에 숨져> (경향신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부상자 1명 사망> (국민일보) 
<삼성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부상자 1명 사망> (뉴시스)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사망자 2명으로 늘어> (이데일리) 
<삼성전자 CO₂누출사고 부상자 1명 숨져…사망자 2명으로 증가> (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사망자 2명으로 늘어> (조선일보) 
<“삼성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부상자 1명 숨져”> (KBS)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사고, 치료받던 직원 결국 사망…사망자 2명> (MBC) 

공영방송인 KBS ‘뉴스9’은 어제 ‘간추린 단신’에서 관련 내용을 짤막하게 보도했고,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KBS와 MBC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단순 사건사고로 보도한 대다수 언론 … KBS ‘뉴스9’ 단신·MBC ‘뉴스데스크’ 보도 안해 

사실 가장 ‘압권’은 머니투데이 기사입니다. 어제(12일) 오후 1시53분에 포털에 송고된 기사를 보면 추가 사망자가 1명 더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보다 삼성전자 측의 ‘애도’를 먼저 보도했습니다. 제목 역시 <삼성전자 “CO₂누출사고 고인·유족에 진심 애도”>로 뽑아 삼성전자 측의 사과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소화용 이산화탄소(co₂) 누출사고로 12일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고인과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4일인데 머니투데이는 5일이라고 합니다. 머니투데이는 사건 발생 직후 <삼성전자, 기흥 사망사고 ‘늑장신고’ 논란에 ‘속앓이’>(9월5일)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 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옹호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은폐 의혹’이 제기된 어제(12일)도 역시 삼성 측의 입장에 무게중심을 두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네요. 머니투데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에게 묻습니다. 통화 녹취록에서 확인된 삼성 은폐의혹이 보이지 않나요? 대체 이걸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요?

   
▲ <이미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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